- 양자컴퓨터 칩 구성 큐비트 선정, 국제 합의 없어
- 양자컴퓨터 때문에 실직? 양질 일자리 늘어난다
- 스카이넷?...양자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할 것
- 김성태 의원 'ICT 특별법' 양자 생태계 살리는 법

△美 1조 3,500억 원 △中 1조 2,600억 원 △EU 1조 2,800억 원 △英 3,400억 원 △日 2,400억 원. 대한민국 445억 원. 지구촌 각국이 자국의 양자정보통신에 해당하는 기술 분야에 단행한 투자 규모다.

2018년 12월 2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은 국가 정책적으로 국립 표준 기술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국립 과학 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등 다양한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양자정보과학(QIS) 분야 인력 양성과 기술 개발이 가능해졌다.

양자정보통신은 양자의 물리학적 성질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고 통신에 응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전 세계 과학계가 미래 인류 문명을 바꿀 핵심기술로 인공지능과 함께 양자정보통신 기술을 꼽는 만큼 개별 국가는 사활을 걸고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과 EU, 영국, 일본 등도 국방력 강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국가 주도적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 반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 오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445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투자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양자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들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발전을 위한 제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구글이나 IBM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는데, 아직 뒤집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 단장은 구글의 ‘초전도 큐비트’ 양자컴퓨터가 아닌, ‘원자이온트랩 큐비트’나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구글이 국제 학술지 <Nature>에 발표한 양자컴퓨터 관련 연구결과의 의의를 묻는 자리에서였다. 양자컴퓨터 발전 방향에 대해 전 세계적 합의가 없어 앞서나가는 구글과 IBM이 방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KIST 양자정보연구단은 양자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의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7일 경기도 수원시 이의동에 위치한 양자정보연구단에서 한상욱 단장을 만나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의 국내외 개발 동향을 살펴봤다.

인터뷰는 양자컴퓨터를 다룬 상편과 양자통신 동향을 살핀 하편 등으로 나눠 진행했다.

한상욱 양자정보연구단 단장. 왼쪽에는 양자정보연구단이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장치. (사진=이상진 기자)
한상욱 양자정보연구단 단장. 오른쪽에는 양자정보연구단이 자체 개발한 1:N 양자암호통신 장치. (사진=이상진 기자)

▶지난달 23일 구글이 국제 학술지 <Nature>에 발표한 양자 우위 달성이라는 연구결과의 의의에 대해 말한다면.
“한마디로 굉장한 의미다. 양자컴퓨터에는 크게 세 가지 정도 큰 이정표가 있다. 양자 우위를 달성하는 것, NISQ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에러가 없는 집적화된 논리 큐비트를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양자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 등이다. 이번에 구글이 특정 계산에서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결과를 보여 양자 우위를 달성했는데, 첫 번째 이정표를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양자컴퓨터 네트워크 구성’이라는 개념은 생소한데?
“모든 연구자가 동의하는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여러 연구자는 양자컴퓨터를 구성하는 큐비트를 한곳에 집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집적화된 큐비트라는 여러 노드를 만들어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나뉜 큐비트 노드들을 빛을 이용해서 연결해 동시에 컴퓨팅하는 거다. 쉽게 말하면 고전 컴퓨터의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분산 컴퓨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언급한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면 상용화 단계라고 봐도 되나.
“전혀 아니다. KIST 입사 전에 청운의 꿈을 품고 뭐 좀 해보겠다고 중소기업에서 3년 정도 연구자로 일했었다. (웃음) 또 삼성종합기술원에도 3년 있었고. 작든 크든 현장에서 느낀 것은 연구가 제품이 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거다. 기술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과 그게 제품이 돼서 나오는 사이에는 수많은 일이 필요하다. 언급했던 것은 기술적으로 큰 기점이 되는 이정표를 말한다. 상용화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지난달 김성태 과기부 의원이 ICT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상용화에 도움이 될까.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을 때 김성태 의원실과 회의도 하고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굉장히 좋은 법안이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양자의 ‘양’자, Quantum의 ‘Q’만 들고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지금의 과기정통부를 가면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상용화는커녕 연구조차 어려웠다. 산발적으로 하는 소규모 연구밖에 없었다. 해당 법안은 단순히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양자정보통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많은 것을 다루고 있다. 이걸 밑바탕으로 해서 연구자들과 실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

▶국내외 양자컴퓨터 개발 동향은 어떤가. 구글이 가장 앞섰다고 볼 수 있나.
“구글과 IBM이 용호상박이다. 구글이 최초로 양자 우위를 달성했지만 앞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지금은 양자컴퓨터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글과 IBM이 치고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른 물리계가 뒤집을 여지도 크다. 구글과 IBM, 인텔 등 지금 두각을 나타내는 양자컴퓨터는 대부분 ‘초전도 큐비트’를 사용한다. 하지만 ‘원자이온트랩 큐비트’나 ‘다이아몬드 점결함(點缺陷) 큐비트’ 등 다른 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컴퓨터가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초전도 큐비트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흔히 초전도 큐비트가 양산이 쉽다는 말을 한다. 상대적으로 기존 반도체 기술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칩에 들어가는 초전도 큐비트를 집적화하는 건 쉬운데, 그다음이 어렵다. 아주 극저온이 되지 않으면 초전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많은 분이 양자컴퓨터라고 기업들이 공개한 것을 본 적이 있으실 텐데, 처음 딱 보면 금박지 씌워놓은 냉장고 같다. 냉동하기 위한 극저온 장치인 까닭인데, 이거를 다량으로 양산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D-WAVE(세계최초 상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캐나다 기업)사는 큐비트를 수천 개까지 개발했다고 주장하는데. 타당한 주장인가?
“D-WAVE는...... 본인들은 큐비트라고 주장하는데 많은 연구자가 그걸 큐비트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의아한 부분들이 좀 있다. 큐비트가 가져야 할 얽힘, 중첩 등 여러 가지 성질들이 있는데 D-WAVE의 초전도 큐비트는 해당 성질을 만족 못 하면서 큐비트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D-WAVE는 큐비트를 1000~2000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지금 그것에 주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나? 구글이 발표한 53큐비트에 주목하고. 이런 배경이 있다.”

▶원자이온트랩 큐비트도 초전도 큐비트 못지않게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자이온트랩 큐비트는 전 세계에서 앞서나가는 두 그룹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블락 교수팀과 미국 메릴랜드대학의 크리스 먼로 교수팀이 제일 잘한다. 크리스 먼로 교수팀은 이온큐(IonQ)라는 회사도 차렸다. 이온큐에는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학교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도 자주 와 해당 필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김정상 교수는 우리 연구단의 외부평가위원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도 최근 이온큐에 아랍에미리트 무바달라캐피탈과 함께 645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한상욱 단장은 양자컴퓨터 등 양자정보통신 기술이 인간의 감수성을 더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한상욱 단장은 양자컴퓨터 등 양자정보통신 기술이 인간의 감수성을 더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 설명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는 다소 생소하다.
“다이아몬드 점결함에 대한 설명은 약간 사심이 들어간 얘기일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 연구단이 지금 연구하고 있는 기술인 까닭이다. (웃음)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로 가장 앞서나가는 연구소는 네덜란드의 큐텍(QuTech)이다. 큐텍은 세계 최정상의 양자컴퓨터 기술을 가진 학술 기관이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가 좋은 게 뭐냐면 상온에서도 가능할 것이라는 비전이 있다는 것이다. 상온에서 가능하다는 건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모든 복잡한 과정과 커다란 부피의 극저온 장치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그 가능성을 보고 큐텍도, 우리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는 어디까지 개발했나?
“지금 개발한 수준은 네덜란드 큐텍 기준으로 10큐비트 정도다. 이번에 구글이 53큐비트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발표했고 IBM도 54큐비트까지 개발했다고 볼 때, 큐비트 숫자로 보면 초전도 큐비트와 원자이온트랩 큐비트보다 적다. 대신 ‘양자 게이트 오퍼레이션’이라는 지표가 있다. 양자 동작을 몇 번이나 할 수 있는가를 따지는 지표인데, 이 부분에서 다이아몬드 점결함 큐비트가 다른 큐비트들을 앞선다. 초전도 큐비트 등의 경우 거대 IT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까닭에 치고 나가고 있지만, 아직 양자컴퓨터의 큐비트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점이 없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른다.”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산업의 변화를 예측한다면.
“아직 양자컴퓨터는 NISQ 문제가 해결이 안 됐다. 현재는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인공지능이고 신약개발이고 디자인 최적화고 전부 다 잘 될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다만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두 가지 있다. 이준구 교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은데, 머신러닝 부분과 양자화학 분야다. 서포트 벡터 머신(Support vector machine)이라는 게 있다. 머신러닝 패턴인식의 대표적인 알고리듬이다. 이걸 양자컴퓨터로 하면 더 빨리 연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양자화학 분야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여러 분자 사이의 반응을 예측하고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이걸 양자컴퓨터가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산업 분야로 확산하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양자컴퓨터 관련 산업은 아직 없다. 개인적으로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된다면 일자리를 뺏지 않고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본다. 혹자는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이 출현해 인간이 인공지능과 로봇에 굴종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과도한 우려도 하시는데. (웃음) 그건 그냥 영화 속 이야기다. 법과 정치, 언론 등 여러 사회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작동해 인류가 공멸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양자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양자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전혀 다른 세계에 살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다. 양자센서는 기존에 감지할 수 없는 정보를 세밀하게 감지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렇게 파악한 정보를 양자통신이 안전하게 전달할 것이고, 그렇게 모인 어마어마한 정보들을 양자컴퓨터가 굉장히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우리 인간은 양자 기술로 감수성이 더 풍부해지고 더 인간다워질 것이다. 마치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고전 컴퓨터가 없던 세계에 고전 컴퓨터가 생기는 정도의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수준으로.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우리가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첨단 과학기술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