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근거중심 의학자 명승권 박사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펜벤다졸은 정말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까.

개 구충제의 일종인 펜벤다졸을 먹고 암이 나았다는 미국인 사례가 유튜브에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에 펜벤다졸 열풍이 불고 있다. 식품의학안전처와 대한암학회, 의사협회 등 각종 전문가 그룹은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보내고 있지만 소용없을 정도다. 일부 암 환자들은 펜벤다졸을 복용하며 매주 자신의 몸 상태를 유튜브로 공유한다.

개 구충제의 일종인 펜벤다졸. (사진=김혜선 기자)
개 구충제의 일종인 펜벤다졸. (사진=김혜선 기자)

암 환자들은 펜벤다졸 복용을 우려하는 전문가 그룹에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내가 먹을 약은 내가 선택하게 해 달라”(본지기사/[펜벤다졸 대해부] ② 안핑거 “개 구충제?...암환자 다른 선택지 없어”)고 말한다. 그럼에도 의학계에서는 환자의 펜벤다졸 복용을 모른 체 할 수 없다.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찾아내고, 최종적으로 그 정보의 타당성을 평가해 환자 진료에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의사 윤리를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이라고 부른다.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 교수로 있는 명승권 박사도 자타공인 근거 중심 의학자다. 환자의 치료는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을 둬야 하고, 의사들의 경험과 통합해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지난 7일 <뉴스포스트>는 명 박사와 최근 논란이 된 펜벤다졸에 대한 전문가적 입장을 물었다.

명승권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명승권 박사 제공)
명승권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명승권 박사 제공)

 

Q. 펜벤다졸로 ‘셀프 임상’에 나선 환자들이 있다. 부작용은 없을까.

A. 기본적으로 펜벤다졸은 개에게서만 허용됐고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하나도 없다. 정식으로 임상시험이 시행된 것이 없기 때문에 효능은 고사하고 부작용도 있는지 모른다.

(부작용) 추정은 가능하다. 개와 염소 등 각종 동물에서 보고된 부작용이 있는데, 구토나 설사 등 위장장애가 대표적이다. 알레르기 반응이 있던 사례도 있고, 펜벤다졸 계열은 간 독성이 보고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상용 구충제 치료 용량에서, 동물에서 부작용이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그래서 오랫동안 동물용 구충제로 쓰인 것이다.

또 이렇게 유추해볼 수 있다. 펜벤다졸과 화학구조가 유사한 사람용 구충제가 있다. 알벤다졸과 메벤다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약들은 부작용이 있긴 있어도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구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의사들도 그런 정도 수준만 알고 있다.

Q. 그렇다면 의학계에서 펜벤다졸 복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뭔가.

A. 먹지 말라고 하는 의사들은 많지 않다. 그건 오해다. 다만 저희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엄격하게 생각해야 한다. 펜벤다졸을 먹어도 괜찮다고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 정부 당국에서도 임상시험이 안 돼 있으니까 효능은 고사하고 혹시 모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당연히 자제하라고 한다.

종양학에 있는, 암환자 보는 의사 분들은 환자 자의적으로 펜벤다졸을 먹고 더 나빠진 사례를 경험하니까 먹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먹으라, 먹자 말라’가 중요한 게 아니고,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팩트’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강아지 구충제는 항암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전무한 상태다. 지금은 사례만 있는 것인데, 이 사례가 (항암효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Q. 일부 논문에서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A. 펜벤다졸에 대한 항암효과는 엉터리가 아니다. 기준이 분명히 존재한다. 제가 의학 저널을 뒤져보니 최근 10년 동안 실험실 연구와(세포실험 연구)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5건 이상은 있는 것 같다. 그중 한 건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냈고, 두 세편은 효과가 있다고 냈다. 최근에는 네이처 출판사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저널’에 펜벤다졸의 항암제로서 전망이 좋다고 판단한 논문이 지난해 나왔다.

Q. 그럼에도 펜벤다졸에 항암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 이유.

A. 임상실험도 안 됐는데 가설이나 실험실연구를 바탕으로 먹어보라고 하는 것은 의사 윤리로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무조건 먹으라고 하나. 그렇게 따지면 개똥쑥도 먹으라고 하고 영지버섯 먹으라고 하겠다. 그런 것들이 (항암효과가) 오히려 훨씬 더 많이 연구돼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결국엔 임상시험으로 와 보면 결국 ‘꽝’으로 나온다.

‘근거수준 피라미드’라는 게 있다. 한 약품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과정을 거친다. 실험실연구(세포실험)->동물연구->(환자증례보고->환자군연구)->관찰연구->임상시험->메타분석의 단계를 거치는데, 펜벤다졸의 경우 실험실연구나 동물연구에 머물러 있다. 굉장히 초기단계인 셈이다. 조 티펜스의 암 완치 사례도 이 단계에서는 ‘환자증례보고’로 단 한 건의 사례만 보고된 것이라 근거 수준이 낮다.

어떤 물질이 항암제가 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보통 확률적으로 항암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5천~1만 개 물질 중 실험실 연구와 동물실험, 임상시험 등을 거치면 단 하나의 물질만 항암제로 남는다. 항암제로서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단계를 거치는데, 펜벤다졸은 단 한 사람, 혹은 몇 사람 사례(환자군연구)로 암이 치료됐다고 보기엔 어렵다. 오히려 기존에 했던 항암치료가 효과가 있었다고 보는 게 가능성이 훨씬 높다.

Q. 암 환자들은 그래도 펜벤다졸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A. 환자들은 ‘왜 지금까지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를 연구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당연히 안 할 수밖에 없다. 한 4-50년 동안 강아지한테만 사용됐으니까 (의학계에서는) 관심이 없었다. 게다가 사람용 구충제인 알벤다졸, 메벤다졸 같은 약들이 이미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시험 중에 있다. 사람용 약이 있는데 굳이 동물용 구충제를 임상시험 할 이유가 없다.

또 한 가지는, 과학자의 눈으로 볼 때 펜벤다졸이 몸속의 암세포를 죽인가는 ‘근거’가 너무 약하다. 조 티펜스가 펜벤다졸을 복용한 용량은 4.5kg의 표준 체중의 강아지가 먹는 양이다. 그분은 몸무게가 50kg이 넘을텐데, 푸들 강아지가 복용하는 정도의 양을 먹는다고 하면 전신의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 이 약의 다른 특성은 흡수율이 굉장히 낮은 그룹에 속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개에게는 20% 미만으로, 다른 동물에게는 10% 미만까지 흡수율이 나타난다. 입으로 먹었을 경우 몸에 흡수돼서 혈액을 통해 각 장기로 전달되는데, 그렇게 전달될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

기본적으로 펜벤다졸과 같은 계열의, 화학구조가 비슷한 항암제가 이미 승인돼 있다. 2008년도에 FDA에서 승인된 ‘벤다머스틴’이라는 약인데, 벤다머스틴은 이미 철저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그 효과가 검증된 약이고, 실제로 항암치료에 많이 쓴다. 이 벤다머스틴도 흡수율이 낮아 주사제로 나온다. 그렇다보니 투여량이 많아지고 부작용도 있다. 골수억제 부작용이 대표적인데 혈소판 감소증이나 백혈구 저하증 등이 생겨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그래서 상당히 조심해서 투여해야 한다. 의사들은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데, 단지 어떤 미국 사람의 사례가 퍼지면서 약물이 오남용되고 있다고 하니 참 답답한 심정이다.

Q. 절박한 암 환자들은 그래도 펜벤다졸을 복용할 것 같다.

A. 그 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환자들의 지푸라기 잡는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암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민간요법, 비타민C 어떤 이들은 기도하고 나았다고 한다. 그 중 펜벤다졸이 이렇게 논란이 되는 이유는 제가 판단하기에 값이 싼 구충제라서 그런 것 같다.

Q. 펜벤다졸 계열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있나.

A. 어떤 분들은 의사들이 비싼 약을 팔려고 펜벤다졸 임상을 안 하는 게 아니냐고도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한 메벤다졸이라는 사람용 구충제도 저렴하다. 메벤다졸은 지금 전 세계에서 임상시험 중이다. 굳이 비교하면 펜벤다졸보다 사람용 구충제인 메벤다졸이 가능성 있으니 그게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의사들 중에서도 펜벤다졸 논란이 워낙 크고, 상황도 특수하다보니 연구를 더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펜벤다졸에 대한 효과를 과장되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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