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올해 빼빼로데이는 예상대로 조용했다. 빼빼로데이인 오늘(11일) 상점 앞에 화려하게 진열돼 있는 제품들을 선뜻 구매하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계속된 경기 불황에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까지 겹쳐 소비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듯하다.

(사진=홍여정 기자)
(사진=홍여정 기자)

2016년 이후 3년 만에 빼빼로데이가 평일로 돌아왔다. 직장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를 기대하던 유통업계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는 빼빼로데이 상품 매대가 매장 입구에 배치돼 있었지만 빼빼로를 구경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 점주 A 씨는 <뉴스포스트>에 “작년에 비해 반응이 시들하지만 올해도 팔리긴 팔린다”며 “어제 1+1 프로모션 상품이 싹 다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학교 주변이라 학생들이 꾸준히 한두개씩 낱개로 구입한다”며 “사더라도 실속형 이벤트 상품을 사 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인형, 꽃, 와인, 기타 선물 등이 포함된 고가상품을 찾는 사람은 아예 없어 그런 제품들은 아예 주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포장에 치중한 과시용 선물보다 대량 구입해 많은 이들에게 골고루 선물하는 실속형 기념일로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B 씨는 “불매운동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며 “시국도 시국이고 ‘이런 거 사줘도 상대방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빼빼로데이에 가장 적극적인 소비층은 학생들이었다.

이날 편의점에서 만난 남자 고등학생 B 씨는 “오늘 빼빼로를 못 받아 직접 사러왔다”며 “집에 가서 혼자 거울 보며 빼빼로 먹을 거다”라고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고등학생 C 씨는 “불매운동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비해 주고받는 빼빼로가 확 줄었다”며 “내것 네것 없이 친구들과 맛보는 느낌으로 같이 먹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빼빼로를 먹으며 거리를 걸어 다니는 학생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빼빼로데이를 특별한 기념일 보다는 친구들과 서로 과자를 나눠 먹으며 우정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날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 빼빼로데이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유통업계 사이에서 ‘3대 특수’로 불렸다. 매년 겨울이 되면 유통업계는 빼빼로데이와 수능 대목을 맞아 고가의 선물 세트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내용물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포장돼,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술이라는 비판이 해마다 더해졌다. 

여기에 빼빼로 제조사가 일본기업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탓에 불매운동도 더해졌다. 이에 유통업계는 빼빼로 단일 품목이 아닌 다양한 대체재로 채운 상품으로 패키지 구성해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