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G 등 정보통신기술(ICT ·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은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농업과 ICT 산업은 현재 ‘스마트팜’이라는 새로운 농장을 만들어냈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 시설의 온도, 습도, 햇볕 양, 이산화탄소 등을 측정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어장치를 구동해 적절한 상태로 변화시킨다. 스마트폰 등으로 실시간 원격 관리가 가능하며 사람 대신 데이터가 축적된 로봇이 작물을 파종부터 수확까지 하게 된다.

현재 스마트팜이 적용되는 분야는 시설원예(스마트온실), 과수(스마트과수원), 축산(스마트축사)이다. 이 중 스마트온실은 스마트팜의 대표적인 운영 형태다. 식물공장이라고도 불리는 스마트온실은 건물로 된 인공 자동화 설비 안에서 햇빛, 물, 온도, 양분 등을 조절해 농작물에게 최적의 생육조건을 제공해 최대의 생산성을 얻는 자동화 시스템 농업이다.

서울 시내에 ‘스마트팜’ 기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상도역 지하 1층에 자리한 ‘메트로팜’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메트로팜은 서울교통공사와 농업회사법인 팜에이트(주)가 협력해 만든 국내 최초 지하철 스마트팜 복합공간이다. 연면적 394㎡(약 100평) 규모로 실제 재배 시설과 카페, 체험 및 교육 시설까지 한곳에 모여 있다.

지난 11일 기자는 ‘메트로팜’을 방문해 팜에이트(주) 여찬동 주임을 만나 메트로팜에 대한 설명과 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여 주임과의 일문일답.

여찬동 팜에이트 주임이 재배 체험 공간에서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여찬동 팜에이트 주임이 재배 체험 공간에서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Q. 메트로팜은 어떤 공간인가.

A. 크게 4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양산형 재배 시설. 여기서 생산되는 양은 최대 하루 50kg 이상, 월 생산량은 1t 이상이다. 현재 유럽 품종의 엽채류(잎을 식용하는 채소에 속하는 종류) 위주로 생산을 하고 있으며 계절, 소비자 수요에 따라 품종은 변화된다. 컨테이너 형식의 ‘오토팜’은 자동화가 구축되어 있는 재배 시설로 현재 새싹채소 위주로 재배를 하고 있다. 또한 문화복합 시설 차원에서 재배 시설 일부를 체험 공간으로 만들고 체험교실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음료와 샐러드를 판매하는 카페도 운영 중이다.

Q. 양산형 재배 시설과 오토팜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A. 일반(양산형)은 온도, 이산화탄소, 습도, 양액(식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 산도 등 전체적인 환경조건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최적화된 수치로 설정을 해 그 주기에 맞춰서 공급이 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 이 외에는 사람이 하고 있다. 반면 오토팜은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까지 등록해 놓은 레시피대로 작동한다. 파종을 하게 되면 이틀 동안은 암실에서 키워야 싹이 튼다. 또 어린잎일 때는 단이 낮아서 가까이 등을 받아야 하고 잎이 커가면서 멀어져야 한다. 이런 데이터들을 날짜별로 등록해놓으면 안에 있는 기계가 알아서 암실 선반에서 며칠 보관했다가 육성 선반으로 넘겨서 등을 그때그때마다 간격을 조정하게 된다. 수확 날짜가 다가오면 작업 선반으로 딱 꺼내놓는다.

Q. 양산형 재배실에 들어가 있는 시설은 어떤 것이 있나.

A. 식물이 필요로 하는 광을 극대화한 인공광으로 식물재배를 하고 있다. 태양의 경우 스펙트럼이 빨주노초파남보가 골고루 높게 분포가 되어 있다고 하면 인공광에는 식물이 성장할 때 필요로 하는 광(빨강, 초록, 파랑)을 극대화하고 식물이 필요로 하지 않는 나머지 광은 다 죽여서 재배를 하는 거다. 일반 LED랑은 광량, 스펙트럼이 다르다. 식물생장등이라고 보시면 된다.

또 수경재배 순환식 시스템으로 재배를 하고 있다. 재배 시설 밑에는 물이랑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아래층에 흐르고 있다. 현재 안 보이게 덮어놨는데 그 이유는 빛이랑 양액이 만나면 녹조가 생겨 미관상에도 좋지 않고 작물 성장에도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원수로 펌프를 통해 물을 각 관마다 보내준다. 그러면서 다시 흐르는 물은 땅으로 내려와서 원수 탱크로 보내져 재사용을 한다. 바로 버리면 물에 대한 사용량도 많아지기 때문에 대부분 순환하고 2개월에 한 번씩 물청소를 하고 있다.

메트로팜에는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등의 유럽 품종 채소들이 재배된다. (사진=홍여정 기자)
메트로팜에는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등의 유럽 품종 채소들이 재배된다. (사진=홍여정 기자)

Q.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피라 등 생소한 채소들이 대부분이다. 유럽 품종을 생산하는 이유가 있나.

A.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채소들은 수경재배용으로 품종이 개발되지 않았다. 일반 노지에서 특화된 품종이다 보니 유전적으로 물에서 자라나는데 안 맞는 게 있다. 그러나 유럽 쪽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수경재배 방식을 개발해왔고 이에 특화된 품종 또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저희가 이걸 선택해서 재배를 하고 있다. 이 외에 바질 등 허브류도 올겨울 재배 예정이다.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품종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희소성이 있어 샐러드용으로 수요가 좀 있다.

Q. 노지 재배와 비교했을 때 생산량에 차이는 어떤가.

A. 일반 노지에서 이런 채소를 키우게 되면 통상적으로 50~60일 정도의 재배기간을 갖는데 수경재배를 하게 되면 38일 정도가 걸린다. 약 절반 가까이 재배 기간이 짧아지고 수직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커진다. 현재 메트로팜은 6단 시설인데 약 40배의 효율이 난다. 단 수가 많아질수록 단위면적 당 생산량은 높아진다고 보면 된다.

Q. 이런 재배 방식은 엽채류에만 국한되어 있나.

A. 국내에서는 엽채류 외에 허브류도 가능하다. 사실 샐러드가 회사 입장에서 수익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고부가가치가 있는 작물을 선택해 그 품종을 양산화시키는 것이 회사의 숙제다. 특히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과채류 쪽이 개발이 필요하다. 열매가 맺히고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생산은 가능한데 일반 노지에서 재배한 것에 비해서는 당도가 떨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야 과채류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향후 품종이 많아진다면 집에서 재배해서 먹을 수도 있겠다.

A. 가정용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아직 많이 비싼 편이다. 근데 이게 개발이 되고 금액도 많이 떨어지면 정수기 같은 개념으로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수기처럼 렌털 해주고 거기서 직접 소비자가 키우고 정기적으로 필요 성분 등을 교체해주는 사업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양산형 재배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사진=홍여정 기자)
양산형 재배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사진=홍여정 기자)

Q. 도시에 이런 재배 시설이 필요한 이유가 있나.

A. 야채 재배는 일반 노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도시에서는 힘들다. 그러면 지방에서 주로 재배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몇 단계를 거쳐 서울로 오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단가가 높아지고 물류비도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금액이 더 크게 된다. 또 오는 과정에서 신선도도 떨어진다. 도시에서 재배할 경우 가까운 곳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물류비도 많이 절감이 된다. 수확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도는 최상이다.

Q. 스마트팜이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꼽힌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A. 일반 노지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작업 환경이나 여건이 사실 열악하다. 그리고 자연재해나 계절에 따라 작물을 생산하는데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안정적으로 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선 이런 밀폐형 스마트팜이 필요하다.

Q. 스마트팜에 관심은 있지만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된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A. 과거 스마트팜이 처음 대두됐을 때 다들 진행 단계에서 포기하게 된 이유가 단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2010년쯤 LED가 처음 나왔을 때 시설 설치 비용들이 엄청 비쌌다. 지금도 개인이 투자해서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Q.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적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A. 맞다. 수직 농법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은데 이것을 일반 노지에서 하게 되면 최대 10명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재배 시스템에서는 그만큼의 생산은 하지만 보통 2~3명 정도가 필요하고 이게 모두 자동화로 이뤄질수록 관리자 한두 분 정도만 필요해진다. 그러나 이게 지금 농업인구가 고령화되고 있고 종사하시는 분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줄어드는 인구에 감안하면 일자리 감소 문제가 크지는 않을 것 같다. 반면 수확하고 나서 바구니에 담아서 수확물을 포장하는 작업이나 제조하는 과정은 사람이 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일자리가 많았던 것이 적어진다면 또 다른 부분에서 일자리 창출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Q.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한다. 우주라는 공간은 아직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은 아니지만 향후 우리가 살고있는 도시에 이런 식물공장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나.

A. 우주까지는 아직 현실적이지는 않지만 현재 남극 세종 기지에서는 실제로 이런 밀폐형 재배실을 만들어서 직접 수확하고 있다. 중동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추운 환경이지만 밀폐형 공간에서 내부 조건을 통제해 식물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생산량은 일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찾아보면 음식점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를 손님들에게 내는 곳도 있다. 스마트팜에 대한 문의도 많이 오는데 다들 비슷하게 구상하고 오신다. 문화 공간으로 사용해 직접 수확해 건물 안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직접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를 하시는 것 같다. 많이 생겨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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