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4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새로운 변혁 모임 리더는 오신환 원내대표로 추대됐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뉴시스)

이날 유 의원은 변혁 비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의원 15분이 변혁을 시작했다”면서 “변혁의 1막이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다. 오늘 회의를 마지막으로 저는 변혁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 의원은 “권은희 최고위원과 유의동 의원이 신당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았고 오신환 원내대변인이 만장일치로 변혁 대표를 맡게 됐다”며 “70년대생이신 세 분이 변혁과 신당기획단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심한 내홍으로 신당 창당이라는 제 3의 길을 모색하던 변혁 모임은 최근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6일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변혁 모임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 비판을 위한 자유우파와 자유민주세력의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보수 대통합론을 제시했다. 이후 황 대표와 유 의원이 보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전화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동안 유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탈당파’는 한국당과의 통합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유 의원 역시 황 대표의 보수통합 기자회견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재 한국당 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는데, 이를 인정해야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변혁 모임 중 안철수계 의원들의 반발도 문제다. 이미 권은희 의원은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기자회견에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그러던 중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을 내세우면서 잡음은 더욱 커졌다. 원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던 유 의원 대신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오른 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하던 유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소신발언을 하다가 박 전 대통령의 공개 비판으로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원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찍힌’ 유 의원에 공천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과 설전을 벌인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옥새 파동’이라는 촌극까지 벌였다. 김 의원이 일부 선거구 공천에 대한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추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친박계 의원들은 당선이 돼도 무효처리가 된다. 결국 김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한 유 의원의 지역구에 ‘새누리당 무공천’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당히 국회에 입성, 다시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에 한국당 내부에서도 원 의원 대신 김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을 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12일에는 권성동 의원이 황 대표에 “통합추진단장으로 원(유철)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다. 유 의원과 속 깊은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황 대표가 원 의원에 대해 “그쪽(변혁)에서 요구한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유 의원 측에서 “요구한 적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다시 잡음이 나왔다.

결국 유 의원은 한국당과의 통합보다는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 의원은 보수통합에 대해 “변혁은 통합을 전제로 모인 것이 아니고 신당을 통해 우리 갈 길을 간다”면서 “우리 쪽에서 사람을 정해서 공식적인 대화를 공개적으로 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