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조유라 인턴기자] 각 기업이 광고를 하고 마케팅을 할 때 주로 겨냥하는 세대는 20대, 30대 이다. 변화에 민감한 그들은 훌륭한 잠재적 소비자인 동시에 강력한 구매유발자로 소비생활과 소비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80년대 생이 소비를 주도할 때, 복고와 함께 키덜트 문화가 확산 됐었다. 키덜트란 어린이를 뜻하는 ‘kid’와 어른인 ‘adult’를 합한 합성어로, 성인이 되었지만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어린 시절 경험을 잊지 못하고 향수하며 그 경험을 다시 소비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어렸을 때 돈이 없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지 못했던 어린이들이 커서는 자신이 번 돈으로 그 때 못 샀던 장난감을 구매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중고물품, 아날로그 소품들은 높은 가격에 거래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상품이 된 것이다. 장난감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어린 중고물품, 아날로그 감성의 소품 등을 사며 어린 시절을 향수하는 것이다.

키덜트를 타깃으로한 소품샵.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키덜트를 타깃으로한 소품샵.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이제는 90년대 생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에 따라 소비생활도 시작됐다. 그들은 이제 소비의 흐름을 주도하는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려 한다. 90년생은 어떤 소비를 지향할까.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고 어떤 문화를 만드는지 알아보았다.

멍청하게 흘린 돈, ‘멍청비용’

돈을 쓰기 전에 생각한다. 같은 제품이 두 개 있을 때 차이점은 무엇인지, 무엇이 더 가볍고, 가격은 어떤지, 둘 중 어떤 것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인지 생각해 본 후 계산대로 향한다. 하지만 돈 몇 푼 아끼고자 했던 생각이 잘못하면 더 큰 소비를 부를 수 있다.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돈을 썼지만 그래서 오히려 멍청하게 돈을 더 썼을 때, 이것을 ‘멍청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지각할 것 같아서 급하게 택시를 탔지만 길이 막혀서 지각을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차피 지각할 거 환승해서 버스를 탔다면 적은 돈을 지불했을테니 그 때의 택시값은 멍청비용인 것이다.

이은지(23) 양은 친구와 함께 강릉으로 여행 갔던 이야기를 했다. “함께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친구가 혼자 늦어서 낙오됐다. 그 때는 정신없어서 시발역에서 기차를 타야만 한다고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시발역에서 내리지 말고 다음 승차역인 청량리역까지 간 다음에 기차역으로 왔었다면 함께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전철비는 전철비대로 쓰고, 기차표는 기차표대로 날렸다”고 전했다.

김민기(가명·23) 군은 “친구와 영화를 예매했는데 상영관이 없어서 점원에게 문의했다. 알고 보니 어제 날짜로 예매했었다”며 자신의 멍청비용내역을 보여줬다. 또, “최근에는 아껴두었던기프티콘의 이용기간을 착각해서 날려버렸다”고 밝혔다. “알바생한테 ‘그럼 저 안 살래요’하고나오기 눈치 보여서 그냥 카드로 결제했다”며 “날린 기프티콘은 선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친구에게도 미안했고, 그냥 먹을 수 있던 걸 내 돈주고 사먹게 되니 돈이 아까운 기분도 들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멍청비용에 대해서 김(23) 군은 “‘이미 지나간 거 어쩔 수 없지’하는 마음과 함께 ‘내가 이런 실수도 하네’하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경험”이라 밝혔다. 또한 “멍청비용으로 인한 지출이 크거나 잦지는 않지만 단순한 계산이나 확인도 못한 멍청한 자신에게 충격을 받아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분노를 삭히기 위한 소비, 홧김비용

때때로 우리는 화가 난다. 금연구역에서 걸어 다니며 흡연하는 사람을 봤을 때, 지하철에서 내리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타려고 날 밀칠 때, 배차간격이 큰 버스를 놓쳤을 때, 휴대폰을 바닥에 떨궈서 액정이 깨졌을 때 등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화가 날 때 가장 빠르게 화를 삭히는 방법 중 하나는 돈을 쓰는 것이다. 분노를 표출할 때 쓰는 욕설과 결합해 ‘시발비용’이라는 이름하에 분노를 삭히기 위해 돈을 쓰는데, 홧김에 결제까지 빠르게 이루어져 ‘홧김비용’이라고도 한다.

빠르고 쉽게 지불할 수 있는 생체인식 결제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빠르고 쉽게 지불할 수 있는 생체인식 결제 (사진=조유라 인턴기자)

인터넷과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빠른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더 빨리 더 쉽게 돈을 쓰게 됐다. 특히 OTP나 별도의 어플 설치 없이도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기능이 발달하면서 보다 빠른 결제가 가능해졌다. 가장 최근의 ‘홧김비용’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고지현(23) 양은 “우울할 때 먹는 떡볶이”라 밝혔다. 인스턴트 떡볶이부터 배달 떡볶이까지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다가,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기 때문이다. 김다영(가명·25) 양은 최근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맥북을 샀다”고 전했다. “취업해서 일정한 소득도 생겼고, 홧김비용으로 큰 지출을 한 번하면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실제로도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큰 지출이긴 하지만 결제를 할 때 행복했고 앞으로 두고두고 쓸 전자제품이기 때문에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김 양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종종 할인매장에서 스노우볼, 휴대폰케이스, 스케줄 노트 등을 구매했다. 하지만 분노가 사라졌을 때 다시 홧김비용으로 구매한 물건들을 보고 후회했다. 그 후 김 양은 화가 날 때 장바구니를 비우기로 했다. 감정이 격해지면 가격이 부담스러워서 살까말까 고민했던 상품들도 순식간에 결제할 수 있고, 할인매장에서 홧김에 사는 물건들 보다는 실용적인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화가 날 때 마다 18단위로 돈을 이체하는 18통장 (사진=독자제공)
화가 날 때 마다 18단위로 돈을 이체하는 18통장 (사진=독자제공)

화가 날 때 욕을 하는 이유는 분노를 밖으로 표출하기 위함이다. 익명의 메신저나 당사자에게 욕을 쏟는 대신 분노를 기록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도 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예림(가명·21) 양은 ‘18통장’을 만들었다. 화가 날 때 마다 계좌로 18원, 1,818원, 181,818원을 입금한다고 밝혔다. 숫자 18이 욕설과 발음이 비슷한 것을 이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인 셈이다. “재고를 정리하다 손을 베서 18원, 진상을 만나면 1,818원, 사장님이 제 때 월급을 안 줬을 때 1만 8천원 등 분노하는 정도에 따라서 입금하는 금액이 다르다”며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18통장을 보고 재미삼아 따라했었는데 과거의 분노했던 내가 모은 돈을 보니 뿌듯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박 양은 “힘든 날을 보냈던 나를 위해서 맛있는 걸 먹으며 기분을 전환하는 데에 쓸 것”이라고 사용계획을 밝혔다.

소비는 곧 나의 가치관.

어떤 상품을 살 때 우리는 품질과 가격을 주로 보지만 이제는 기업관도 보게 됐다. CEO가 범죄를 저지른 기업의 제품은 불매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기업의 제품 역시 소비를 지양한다. 특정 브랜드를 사거나 사지 않는 소비활동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밝힌다. 그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는 소비를 한다. 같은 뜻의 브랜드를 지지하고 있음을 밝히며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2018년에 진행한 1934세대(만 19세 이상 34세 미만의 세대)의 관계와 사회인식에 대한 가치관 조사발표에 따르면 1934세대 3명 중 1명은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약 1.9개의 브랜드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갑질’이었다. 소비를 지양하며 사회의 옳지 않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갑질논란으로 이슈가 되었던 한 N유제품가공업체를 불매하는 친구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갑질논란 이후 지금까지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 장소희(23) 양은 “갑질하는 회사를 계속 소비하면 그 기업은 성장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취업하고 다시 갑질을 당할 것이라 그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갑질을 못하게 하는 방법은 더 이상 갑이 아니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은 불매운동이었다”며 불매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을까 싶었지만 지금은 기업로고를 숨겨 출시하는 것을 보면 불매운동의 힘을 느끼고, 보람차다”고 전했다. 불매운동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냐는 질문에 “돈 안 쓰면 되는 건데 어려울 것 없다”며 “대체기업을 정하면 불매운동이 훨씬 수월하다”고 밝혔다.

일본산 필기류 대신 국산제품을 사용하며 가치관을 드러낸다. (사진=독자제공)
일본산 필기류 대신 국산제품을 사용하며 가치관을 드러낸다. (사진=독자제공)

친일기업에 대한 불매운동도 주목할 만 하다. 이번 불매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역사적 문제로 친일기업을 불매하는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나라(22) 양은 2년 전부터 일본기업과 친일기업의 소비를 지양하고 있었다. 불매운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22) 양은 “소비자 주 이런 의견을 가진 사람이 분명히 있음을 피력할 수 있고,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아진다면 기업의 피드백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밝혔다. 또한 “피드백을 내놓는다고 바로 불매를 멈출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말로 하는 사과는 누구나 뉘우침 없이도 할 수 있기에 피드백 이후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착한 기업에 대한 소비는 지향하고 있었다. 한 사업주가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를 인지했다. 그는 “결식아동들이 지원받는 오천 원의 식대로 한 끼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고, 가맹점도 많지 않고, 업주 입장에서는 정산받기 복잡하고 제약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금액에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 먹고 다 먹고 나갈 때 카드와 함께 미소 한 번 보여주고 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계정에 올렸다. 이를 본 이(22) 양은 “이런 착한 기업은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는 뜻)을 내줘야 한다”며 찾아가서 소비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소비는 곧 기업에 대한 지지이자 같은 의견을 갖고 있음을 피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비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더 좋은 사회에 대한 기대가 바탕에 깔려있다.

사회에 무관심했던 1934세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가치관 변화에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934세대 60.4%는 ‘나의 관심과 참여로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회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긍정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야 한다(65.6%)’는 용기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국정농단’과 같이 최근 몇 년간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큰 사건을 경험하고 변화를 이끌어낸 1934세대는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으며,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곧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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