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총선 앞두고 지도부 용퇴론 부글부글
② 여야4당 패트 공조에 한국당 ‘개밥에 도토리’
③ 조국사태 이후 反文세력 결집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갑분단(갑자기 분위기 단식)이다”

지난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선언하자 정치권에서 나온 반응이다. 황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표면적 이유는 “절체절명의 국가위기를 막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 △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수사처 포기 △선거법 개정안 철회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단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속내’가 있다고 본다. 엄동설한에 황 대표가 곡기를 끊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단식 투쟁을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단식 투쟁을 선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지도부 용퇴론 잠재우기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최근 한국당 내부에서 폭발한 ‘지도부 용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카드로 단식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21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의 곪아터진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정치 꼼수”라고 지적했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전날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이라고 말했고,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은 황 대표를 두고 “안에서는 당 해체 소리나 듣고 밖에서는 배신자 말을 듣는 난처한 신세”라고 비꼬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당내 리더십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뜬금포 단식’”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당 내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7일에는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인 김세연 의원(3선 국회의원, 부산 금정)이 불출마 선언을 무릅쓰며 한국당 완전해체 후 재구성까지 주장한 상황. 당시 김 의원은 한국당을 두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지도부 용퇴론에 한국당 의원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황 대표에 ‘폭탄’을 던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물밑에서만 부글대던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표면적으로 폭발한 사례가 됐기 때문.

지금까지 황 대표는 리더십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즉각 반응해왔다. 지난 9월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 투쟁’을 감행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데 따른 책임론이 당에서 흘러나올 즈음이었다. 이달 초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으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박 전 대장의 영입 철회를 결정한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 대통합’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황 대표의 단식도 마찬가지로 당내 지도부 책임론을 불식시키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패트 여야공조에 출구 없는 한국당

눈앞으로 다가온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기한도 황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27일,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안 등 검찰개혁안은 내달 3일을 기점으로 본회의 부의가 가능해진다.

패스트트랙 지정 때부터 국회 폭력사태를 감수하며 법안 통과를 결사 반대해온 한국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여야 4당의 공조가 깨지지 않는 한 애초에 한국당 의석으로는 두 개혁 법안의 저지가 어렵다.

비례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은 여야가 모두 셈법이 다르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최근에는 기존 패스트트랙안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수정한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안과 ‘소선거구제 200석, 중대선거구제 100석’안 등 구체적인 타협점도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 논란이 첨예한 공수처 안은 통과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움에도 여야 4당 공조를 통해 극적인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는 여야 간 협상테이블에 앉는다고 해도 당 의견을 관철하기 힘든 상황이다. 두 법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여당에 빼앗겨버리는 것은 물론 지도부 리더십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조국 이후 反文연대 결집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로 다소 동력이 약화된 ‘반문(반 문재인) 연대’를 결집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황 대표는 단식투쟁을 선언하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문재인 정권의 망국 정치를 분쇄하려면 반드시 대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황 대표가 단식 투쟁 장소로 국회가 아닌 ‘청와대 앞’으로 정한 것도 이러한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단식 투쟁을 선언한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은 보수 기독교 단체가 천막을 치고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황 대표의 단식 기자회견에 몰려와 “문재인 죽여라” “황교안 파이팅”을 외치는 등 응원을 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앞 분수대는 법적인 문제로 천막 농성이 불가하다. 이에 황 대표는 저녁에는 국회로 자리를 옮겨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새벽에는 다시 청와대 앞 분수대로 자리를 옮겨 단식 투쟁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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