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일본보다 미국이 관심있는 이유
지소미아 종료, 일본보다 미국이 관심있는 이유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9.11.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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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한국과 일본이 최초로 맺은 군사협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23일 0시를 기해 종료된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직전인 22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까지 열며 최종 결정을 심사숙고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변화가 없는 한 ‘연장 중단’ 결정에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주요 내용. (그래픽=뉴시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주요 내용. (그래픽=뉴시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결정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원재료 공급을 틀어막는 등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안보상 이유’를 들며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나섰고,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은 모순된 태도”라며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는 이날 오후 열리는 NSC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앞서 21일 오전에도 NSC회의가 열렸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해 다시 한 번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NSC에서는 지소미아 연장과 종료를 두고 파가 나뉘어 치열하게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일 정부의 입장변화가 뚜렷하지 않아 지소미아는 결국 종료될 공산이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는 종료된다”고 못박았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일본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도 경제보복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현명한 대응을 하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일본)는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수출규제 방침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뚜렷이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반도체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직접 격려하기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비해 문 대통령이 기술 자립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천안 MEMC코리아에서 열린 실리콘웨이퍼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에 더해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뒷받침 된다면, 반도체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 공장에서 불화수소 에칭 공정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충남 천안 MEMC코리아 공장에서 불화수소 에칭 공정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이 일본보다 민감한 이유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체결된 지소미아는 그 시작부터 논란의 요소가 많았다. 당초 지소미아는 이명박 정부에서 체결을 처음 시도했다. 2012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지소미아를 상정해 통과시키자, 야당과 시민단체 등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 협정 서명이 취소된 바 있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6년 11월 초 도쿄에서 과장급 실무협의를 두 차례 한 뒤 22일 국무회의 의결, 하루 만인 23일 서명해 지소미아를 체결시켰다.

박근혜 정부 시절 지소미아의 급속한 체결 이면에는 미국 정부가 있었다. 미국은 한일간 군사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6년 3월 31일,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은 3자 협력이 강화돼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북한의 핵 확산과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언한 것도 지소미아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부흥해 그 해 11월 한일간 지소미아가 체결됐다.

최근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미국이 방위비 인상, 주한미군 철수 등 카드를 흔들면서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발표했을 때 미국은 ‘이해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점차 ‘강한 실망과 유감’을 표명해왔다. 이와 대조적으로 종료 당사자인 일본은 한국 측에 “현명한 판단을 하라”며 연장에 대해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은 강력한 한미일 동맹을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중 핵심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국방부가 펴낸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도 미국과 각 국가 간 관계를 연결하는 3자, 혹은 다자 관계로 의 확장을 강조했다. 지소미아는 이러한 미국 주도하의 ‘집단안보체제’에서 한일간 안보협력을 제도화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지소미아 종료로 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지소미아가 결국 종료되면 한미일 동맹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정부는 지소미아의 종료 여부와 관계 없이 한미일 간 안보협력은 튼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만약 지소미아 종료 잠정 보류 등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일 간 협력은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이 다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TISA 약정은 미국을 매개로 한일간 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으로, 지난 2012년 한일 지소미아 체결이 서명 50분을 앞두고 국내 반발로 무산되자 미국이 대안으로 제시한 협정이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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