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강제징용 문제를 풀기 위해 제안한 ‘1+1+알파(α)’ 안에 시큰둥했던 일본의 반응이 사뭇 달라졌다.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문희상 국회의장. (사진=뉴시스)

문 의장은 지난 5일 와세다대 특강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양국 국민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지원해 기금을 만들자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피해 배상금을 이 기금에서 집행하자는 내용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문 의장의 제안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측에서 문 의장의 입법안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중의원 의원은 “지난 20일 아베 신조 총리를 면담했는데 (아베 총리가 문 의장 입법안에 대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징용문제 해결을 위한 문희상 안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수출 규제 철회를 밝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불과 20여일 만에 일본의 반응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강제징용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법적 책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문 의장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인정하되,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에게 지급되는 위자료는 일본 기업이 아닌 ‘1+1+알파(α)’ 기금을 통해 대위변제된 것으로 간주하자고 제안했다.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외에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중인 미쓰비시중공업, 후지코시, 아이에이치아이(IHI) 등 전범기업이 직접 보상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일 다른 기업들에 ‘자발적 기부금’을 걷어 주자는 얘기다. 특히 문 의장은 이 기금에 “현재 남아 있는 ‘화해와 치유 재단’의 잔액 60억 원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또한 문 의장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승소 판결을 받으면 법적 문제가 종결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향후 일본 기업이 법적 배상 책임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제도화되면 ‘일본 정부와 기업의 보상 책임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문 의장의 안이 꼬인 한일관계의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문재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피해자 중심’ 해결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만약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이 같은 내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문의상 안(案)은 해법은커녕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특히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1+1+알파(α)’ 기금에 화해와 치유 재단 기금이 들어가는 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징용 피해자들에 ‘위자료’ 성격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자발적으로 걷힌 성금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모호하다.

현재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기업이 자발적 기금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이 있고, 피해자 단체는 한일 정부와 한일 기업이 기금을 출연하는 ‘2+2’안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문 의장은 26일부터 이틀 간 ‘1+1+알파(α)’안에 대한 간담회를 연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해 의견을 듣고, 피해자 지원재단 관계자들에 관련 법안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기금 조성 관련 입법안을 연내에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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