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무죄 충격...검찰 조직 한계 드러나
공수처 설치 해야...정치권·시민 목소리↑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검찰의 재수사를 받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판결을 받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명 ‘별장성접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국민 여론과 상반되는 판결에 검찰 개혁 여론이 불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 선고를 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무죄 선고를 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판결문 일부가 공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건설업자 윤중천이 지속해서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오피스텔에서 찍힌 사진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재판부는 결론 내렸다.

김 전 차관은 촬영날짜에 자신의 알리바이가 확실하고, 사진 속 남성과 가르마 방향이 다르다며 이를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다른 사람이 찍혔을 가능성, 윤씨가 김 전 차관과 닮은 대역을 세워 촬영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가르마에 대해서도 “좌우 반전이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별장성접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사법부가 인정했으나 그는 이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달 22일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에 윤중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뇌물 수수 금액이 1억 원 미만이라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력 피해를 주장 여성과 윤중천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후 윤중천이 여성에게 받을 1억 원을 포기하도록 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 밖에도 저축은행 회장 김모 씨로부터 1억 5천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무죄다. 5천만 원은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고, 9,500만 원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각종 뇌물 관련 혐의를 받아왔던 김 전 차관은 ▲ 대가성 無 ▲ 직무 관련성 無 ▲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모두 무죄를 받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별장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지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김 전 차관. 사법부가 논란의 영상 속 남성도 김 전 차관이라고 봤지만, 그는 결국 법의 심판을 피해갔다.

검찰이 김학의 살렸다?

김 전 차관의 1심 재판부 결과가 검찰의 봐주기 및 수사 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13년과 2014년 2년에 걸쳐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을 무혐의로 처분한 것을 두고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시간이 흐르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김 전 차관의 의혹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올해 3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다.

과거사위원회의 재수사 권고로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중천 관련 의혹을 6년 만에 다시 조사하게 됐다. 특별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을 구속기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국민적 분노를 산 ‘권력형’ 성범죄 혐의는 기소에서 빠졌다. 김 전 차관이 피해 여성을 직접 폭행하거나 협박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 때문이다. ‘반쪽짜리’ 기소라는 말이 나왔다.

아울러 과거사위원회가 올해 5월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 등  전직 고위 검찰 간부들이 유착 관계 의혹이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특별수사단은 수사에 착수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의혹에 휩싸인 전직 간부들은 현재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인근에서 검찰 규탄 및 개혁 촉구 시민참여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인근에서 검찰 규탄 및 개혁 촉구 시민참여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검찰개혁 여론 ‘활활’

김 전 차관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정치권에서 먼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애초 검찰은 피해자들의 성폭력 증언에도 뇌물죄로만 기소해 성폭력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며 “6년간 사건을 은폐하다가 정상적인 기소 시기를 놓친 검찰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검찰 조직을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법원 판결 직후 “역설적이게도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의 필요성을 웅변한다”며 “검찰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검찰 비리를 추궁할 수 있었다면 김학의 사건과 같은 권력형 비리는 감히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촉구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23일 서울 서초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및 검찰 개혁 촉구 집회를 주최한 ‘끝까지 조국수호 시민모임’ 측은 “별장에서 특수강간을 해도 감옥에 안 간다”며 “자신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조 전 장관 가족이 어떻게 됐느냐.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수사 실패 등으로 법의 심판을 피한 김학의.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검찰 개혁과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을 촉구하는 상황. 검찰은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충격적인 재판 결과로 불붙은 검찰 개혁 여론을 당분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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