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

많은 직장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배민커넥트의 홍보 문구다. 배민커넥트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기업활동 대중 참여) 서비스로 전업 배달원이 아닌 일반인도 여가시간에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자신의 생활습관에 맞춰서 근무 날짜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특히 ‘투잡’ 거리를 찾는 직장인에게 안성맞춤이다.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오토바이가 있다면 누구나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뉴스포스트>도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되어 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난 27일 총 3시간을 일하고 배달료만 29,000원을 벌었다. 잠실동에 위치한 먹자골목과 인근 아파트, 빌라촌 등 총 4.7km(직선거리 기준)를 움직인 결과다. 배달건은 갈비, 곱창, 쌀국수, 떡볶이, 순두부 등 6건이었다. 여기에 몇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느라 안장통을 트로피처럼 얻었다.

배민커넥트 체험을 위해 구매한 중고 자전거 '다릉이'. 사실 따릉이를 타고 싶었지만, 서울시 따릉이는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킥고잉, 빔 등 공유 킥보드도 마찬가지. 배달을 하고 싶다면 '자가용'을 몰 것을 추전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배민커넥트 체험을 위해 구매한 중고 자전거 '다릉이'. 사실 따릉이를 타고 싶었지만, 서울시 따릉이는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킥고잉, 빔 등 공유 킥보드도 마찬가지. 배달을 하고 싶다면 '자가용'을 몰 것을 추전한다. (사진=김혜선 기자)

 

‘산재보험’에 라이더 둘이 떠났다

지난 27일 저녁 7시 경.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배민커넥트를 찾았다.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되려면 1시간 30분 가량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 교육과정은 배민커넥트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방법과 이용규정, 배달 시 주의할 점 등을 신규 라이더들에 숙지시키기 위해 진행된다. 이후로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보증금 3만 원에 안전모와 배달가방을 지급해준다. 보증금은 안전모와 배달가방을 배민커넥트 측에 반납하고 돌려받을 수 있다.

배민커넥트 교육장. (사진=김혜선 기자)
배민커넥트 교육장. (사진=김혜선 기자)

이날 교육장을 찾은 교육생은 기자를 포함해 총 4명이었다. 기자를 제외한 신규 라이더는 모두 남성. 어색한 분위기에 휴대폰만 들여다보다 교육이 시작됐다. 약 1시간 후, 현장에 남아 계약을 체결한 것은 기자와 남은 1명의 남성까지 두 명이었다. 나머지 두 명은 매주 산재보험료 3,500원이 차감된다는 이야기에 계약을 포기했다. 배달을 한 건도 하지 않아도 보험료가 계속 차감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라면이 불기 전에 돌아오겠소!” 

배민커넥트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8시 30분 경. 이미 문자메시지로 배민커넥트 전용 어플을 받을 수 있는 링크가 와 있었다.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곧바로 어플을 내려받아 실행했다. 민트색 안전모와 배달 가방도 착용해봤다. 괜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내친김에 어플을 실행해 근무요청까지 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배민커넥트 측에서 근무승인이 떨어졌다. 어플을 실행하고 근무시작 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시간은 저녁 9시가 다 되었다. 별다른 배달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저녁을 먹지 않은 터라 간단하게 짜장라면을 먹으려고 냄비에 물을 올렸다.

짜장라면이 익어가는 순간, 아뿔싸. 배달 요청이 들어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먹자골목에서 1.4km정도 떨어진 빌라촌으로 향하는 건이었다. 이미 라면이 물속에서 부글대고 있던 터라 고민하다가 ‘배차 요청’ 버튼을 눌렀다. 민트색 안전모를 눌러쓰며 “이 라면이 식기 전에 배달을 마치고 오겠소”라고 중얼거렸다. 술이 식기 전 적장의 목을 베어 온 관우의 마음으로.

음식점에 ‘조리요청’ 버튼을 누른 뒤 자전거를 타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배민커넥트는 라이더가 음식 조리시간을 기다리지 않도록 예상 조리시간을 알려준다. 음식점이 라이더와 거리가 상당할 경우 배차 요청을 먼저 받은 뒤 예상 도착시간에 맞춰 조리요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음식점과 거리가 가깝다면 즉시 조리요청 버튼을 누르고 음식을 가지러 가면 된다. 대부분 음식점의 조리요청 시간은 약 20분 정도였다.

27일 9시 경부터 자정까지 운행한 경로. 배민커넥트는 음식점과 배달요청지 간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책정하지만, 실제로 운행할 경우 거리는 더 늘어난다. (사진=김혜선 기자)
27일 9시 경부터 자정까지 운행한 경로. 배민커넥트는 음식점과 배달요청지 간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달료를 책정하지만, 실제로 운행할 경우 거리는 더 늘어난다. (사진=김혜선 기자)

음식점에 도착하니 아직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아 기다려야 했다. 어플에 ‘가게 도착’ 버튼을 누르니 ‘픽업 대기중’이라는 안내문구가 떴다. 음식을 주문한 손님은 실시간으로 라이더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다행히 조리시간 내 음식이 나왔다. ‘픽업’ 버튼을 누르고 배달요청지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배달지까지는 자전거로 약 10분 가량 걸렸다. 음식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 28분이 소요됐다. 그렇게 5,000원을 벌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자마자 두 번째 주문요청이 울렸다. 냄비 속 라면이 어떻게 되었나 쳐다볼 틈도 없이 곧바로 몸을 돌려 나갔다. 두 번째 주문은 1.0km 떨어진 곳이다. 마찬가지로 먹자골목에서 빌라촌까지 음식 배달 건이었다.

이후로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불어터진 짜장라면을 먹었다. 중간중간 배달 요청 알림이 울렸지만, 자전거로는 배달할 수 없는 ‘너무 먼’ 배달 건들이었다. 간혹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배달건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다른 라이더들이 너무 빨리 선점해버리기도 했다. 신규 라이더들이 배달 요청건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자 배민커넥트는 15초동안 배민커넥트 배달원들에게만 단독으로 먼저 보여주는 ‘추천 배차’ 시스템을 도입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알람이 울렸다. 식당에서 배달 요청지까지 200m밖에 되지 않는 ‘꿀 콜’ 이었다. 즉시 배차 요청을 받아 식당에서 배달지로 향했는데, 손님이 집에 없었다. 이날 들은 교육에서도 배달지에 손님이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문 앞에 배달 음식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면 3분 간 손님을 기다렸다가 음식을 두고 나올 수 있다. 여러 번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었다. 다행히 손님과 전화통화가 연결돼 ‘문 앞에 두고 가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문 앞에 음식을 두고 사진을 찍고 ‘여기에 두었어요’ 알리기 버튼을 눌렀다. 사진 전송 후 다음 배달지로 향했다.

마지막 배달은 분식집 두 곳을 연달아 갔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어서인지 사장님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불쌍한 표정을 지었더니 어묵 하나 먹고 가라며 떡볶이도 몇 개 퍼 주셨다. “여기 라이더를 내가 많이 아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네. 누가 뭐라고 해도 의연하게 해요. 이거는 자영업이니까”라고 인생 상담도 덧붙여준다. 머쓱한 얼굴로 크게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다. 두 번째 분식집도 마찬가지. 추운데 어묵 먹고 가시라며 강권해 결국 받아먹었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가 보다.

배민커넥트 투잡 추천 안하는 이유

직접 체험해 본 배민커넥트는 생각보다 쏠쏠했다. 순수 배달료만 따지면 시급 9600원 정도 된다. 게다가 라이더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맞춰 배달을 할 수 있으니 투잡으로 제격이었다.

그럼에도 배민커넥트를 투잡으로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곧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배민커넥트 배달료(서울 기준)는 0.5km 이하 3,000원, 0.5km 초과~1.5km 이하 3,500원, 1.5km 초과~5.0km 이하 4,000원이다. 배달거리는 지도 상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여기에 배민커넥트 측에서 내달 4일까지 프로모션을 진행해 배달 건당 추가 1,500원을 얹어준다. 매 건 배달료 4,500~5,500원 선에서 책정되는 셈이다.

하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면 건 당 3,000~4,000원 선에서 배달료를 받는다. 여기에 내달 4일부터는 ‘소프트웨어 사용료’ 명목으로 매 건당 2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결국 배달 건당 2800~3800원을 받게 된다. 매주 내야 하는 산재보험료 3,500원을 고려하면 수익은 더 낮아진다. 이렇게 계산해보면 이날 기자가 번 배달료만 18,800원, 산재보험을 제외하면 15,300원이 된다. 시급으로는 5,100원이다.

물론 ‘자영업처럼 일하라’는 떡볶이집 사장님 조언처럼, 배달료를 시급으로 따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운동도 하고 소소하게 용돈 정도 벌고 싶다는 직장인들을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매주 차감되는 산재보험료도 배민커넥트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잠시 일을 쉬겠다’고 신청하면 부과되지 않는다. 현명한 투잡 생활로 모두가 부자가 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