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내년도 정부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2일)이 다가왔지만 국회는 올해도 처리시한을 지키지 못할 전망이다. 국회는 선진화법이 최초 도입된 2014년을 제외하고 5년 연속으로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넘기게 됐다.

국회 전경 (사진=김혜선 기자)
국회 전경 (사진=김혜선 기자)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헌법이 정한 2020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다. 그러나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며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부진즉퇴(不進則退), 나아가지 못하면 퇴보하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20대 국회는 단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종착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민과 역사 앞에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 두려워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야는 예산안 처리 실패에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차별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은 한국당이 예산 심사 지연마저 남의 탓을 하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예결위 위원들은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은 것은 한국당”이라면서 “3당 간사간 협의체 구성을 두고 한국당 소속 위원장의 참여를 고집했고, 회의·속개록 공개 등 무리한 주장을 하며 수일간 심사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당은 마치 여당이 필리버스터 철회를 조건으로 예산심사를 거부하는 것처럼 호도했으나, 지난 1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돼 예산심사 권한이 예결위에서 교섭단체 원내대표로 이관됐다”며 “원내대표간 협의를 통해 예산심사를 얼마든지 마무리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200여개 법안에 닥치는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국회를 마비시킨 장본인이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를 조건없이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와 별도로 민주당 예결소위 위원들은 정기국회 내 예산안의 원만한 심사 처리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맞섰다. 한국당 소속 예산소위 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마저 정치적 공세 수단으로 이용해 심의를 거부했다”며 “집권여당 스스로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협의를 거부하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초유의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예결위 3당 협의를 거부하는 배경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우호적인 정당과 의원의 지역구 예산을 적당히 챙겨주는 ‘짬짜미’ 수정안, 소위 뒷거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국회법이 명시한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은 오늘로써 끝난다. 그러나 정기국회까지는 아직 8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남아있다”며 “한국당은 언제까지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민주당을 기다리겠다. 집권여당의 책임 있는 행동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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