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 ‘이명박 신당 창당설’ 파다 / 내년 총선 역대 최다 다당구도 대결될 듯

  20년만에 대선 총선이 동시에 치러짐으로써 정치권 빅뱅이 빠르게 진행될 조짐이다. 기존 정계 개편은 대선 총선이 번갈아 치러져 대통령 당선자는 2년 후 총선을 앞두고 신당을 만들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박빙의 대결이 아닌 이명박 대세론으로 흘러간 데다 대통령 취임 직후 바로 총선이 실시된다. 이에 18대 대통령 당선자는 공천권을 활용해 총선직후 바로 대통령 신당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당 박근혜 당으로 불리워질정도로 골이 깊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탈당’, ‘박근혜 탈당’ 등 몸살을 앓으면서 정계개편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DJ의 경우 97년 대선 직전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고 DJP 연대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으로 옷을 갈아입고 총선을 치러 명실상부한 DJ 당으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구민주당 인사들을 털고 열린우리당 창당을 통해 노무현 신당을 만들었다.

 

 이명박―박근혜 총선 이 후 결별?
하지만 이번은 대선 직후 바로 총선이 치러진다. 이로 인해 18대 총선이 유례없는 다당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현재 보수진영은 이명박-박근혜가 포함된 한나라당과 이회창 신당으로 나눠진 상황이다. 진보진영 역시 대통합신당과 민주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등으로 최소 6개 정당이 총선에 임하고 있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한나라당의 경우 총선 전후 이명박과 박근혜가 갈라설 가능성과 영남-충청을 아우르는 박근혜-이회창 연대 등으로 정계개편 움직임이다.
전자의 경우 이명박 캠프내 강경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소장 강경파들은 진작부터 당 쇄신을 주장한 바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공천권을 활용해 MB 사람들을 총선에 전면 배치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강경파들의 주장을 보면 공천을 1차 2차로 나누되 1차 공천은 친이명박 의원을 중심으로 2차 공천은 대통령 취임식(2월25일) 이후 강행해 대폭 물갈이를 한다는 복안이다. 2차 공천에서 친박 인사들을 강제 퇴출시키겠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2004년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처럼 이 후보가 한나라당을 선탈당해 신당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나아가 강경파 주변에서는 신당 창당과정에서 친박 세력의 빈자리를 이회창 신당에서 당선된 의원들을 흡수해 메꿀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친이명박 진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보니 친박 의원들의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친박 의원 중 곽성문 의원과 김병호 전 의원이 탈당해 이회창 캠프로 옮겨간 상황이다.
박 전 대표 역시 한나라당의 분당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인사들을 통해 최소 TK 지분을 확보해야 6월에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선거에 강한 박 전 대표가 ‘4월 총선 역할론’까지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사실 4월 총선에서 박풍의 위력은 재차 확인될 것이고 대표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면서 “그러나 단순히 이명박 인사들을 당선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야흐로 한나라당은 당쇄신을 주장하는 강경 소장파들의 이명박 신당 창당 주장과 박 전 대표를 위시한 친박 진영의 당 사수 세력간 대결로 비화될 전망이다.

 

범개혁진영 한나라당발 정계개편에 ‘촉각’

대통합신당에서는 대선패배와 전당대회가 이합집산의 분수령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신당의 다수는 ‘대선패배=신당해체’로 이어지는 데 부정적인 시각이 높았다. 신당의 한 핵심인사는 “당이 해체되거나 당이 분열될 가능성은 오히려 낮다”며 “대선이후 바로 총선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결집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신당은 1월 전당대회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재 당권을 둘러싸고 친노 진영과 정동영계, 그리고 손학규 전 지사간 보이지 않는 대결이 한창이다. 이미 친노 진영에서는 이해찬-김근태 연대를 통해 당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정동영계에서는 김한길-이강래 양진영에서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손학규 전 지사로서는 어부지리로 당권을 잡든가 아니면 ‘캐스팅 보트’를 쥘 공산이 높다.
어느 세력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통합신당의 운명이 바뀔 전망이다. 친노 진영에서 당권을 잡는다면 민주당보다 문국현 후보가 있는 창조한국당과 선거연합이 점쳐진다. 반면 정동영계나 손 전 지사가 당권을 잡는다면 민주당과 연대에 힘을 실릴 수 있다. 사분오열된 범개혁 진영의 총선전 대통합은 사실상 힘들다는 얘기다. 결국 지지부진한 범개혁 진영의 대통합 여부는 한나라당 발 정계개편 파고에 따라 출렁일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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