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안이 3일 0시를 기점으로 자동 부의되면서 ‘태풍의 눈’인 패스트트랙 안건 두 가지가 본회의 처리 궤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합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허를 찔린 더불어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뉴시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던 199개 민생 법안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본회의가 무산된 바 있다. 필리버스터는 모든 안건에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쟁점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못하도록 민생안건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이다.

이에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함께 묶어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기 하루 전인 9일 일괄 상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러한 선택은 국회 선진화법이 보장하는 필리버스터의 특성을 노린 전략이다. 국회법 106조에서 보장하는 필리버스터는 ‘회기 중’에만 실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필리버스터 도중에 회기가 끝나면 다음 회기에 해당 안건을 즉시 표결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하고, 선거법은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이지만 9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다음날인 10일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면 더 이상 토론을 진행할 수 없다.

공수처 신설안 등 다른 쟁점 법안은 ‘살라미 전술(쪼개기 전술)’을 쓸 방침이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임시국회 회기는 재적의원 3분의 1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한국당이 모든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한다고 해도, 하루 단위로 본회의를 열어 한 건씩 처리하겠다는 것.

이미 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라며 ‘최후 통첩’을 내린 상황.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저녁까지 대답을 기다리겠다. 모든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고 데이터3법, 유치원3법, 어린이교통안전법 처리에 한국당은 응하기 바란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유한국당에 건네는 마지막 제안”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 일부·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를 통해 오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민주당이 노골적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이 보장한 소수당의 고유한 저항권”이라며 “지난 금요일에 국회법대로 본회의가 열리고, 국회법대로 민생법안 처리하고, 국회법대로 필리버스터가 보장되었다면 민주당이 말하는 민생법안은 모두 처리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살라미 전술을 두고 ‘지나친 꼼수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어디까지를 ‘살라미’라 부를지는 모르지만 너무나 의도적으로 보이는 전략은 어렵지 않나 싶다”며 “정정당당하게 상황에 나서자고 하는 분도 많이 있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를 열어 현재 부의된 주요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맞고 순서와 과정은 유동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그동안 4+1 회동에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접점을 찾아왔다. 당초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개정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이었지만, 회동에서는 현실적으로 통과 가능한 ‘260+40’안과 ‘250+50’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현행보다 지역구를 3석 줄이고 비례대표를 3석 늘린 ‘250+50’안이 패스트트랙 수정안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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