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헤선 기자] 9일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5선 중진인 심재철 의원(경기 안양동안을)이 선출됐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일성에서 “오늘 당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선거법, 예산안을 놓고 오후에 협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사진=김혜선 기자)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에 들어갔다. 이날 심 의원은 2차 투표에서 총 106표 중 52표를 받아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앞서 1차 투표에서 심 의원은 39표를 받아 과반을 넘지 못해 2차 투표까지 치러야 했다. 1차 투표에서 강석호 의원과 김선동 의원은 27표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2차 투표에서 강 의원과 김 의원은 마찬가지로 각 27표를 받아 고배를 마셨다.

원내대표와 한 조를 이뤄 출마하는 신임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이 뽑혔다.

대표적인 비박계 의원인 심 원내대표는 한국당 내 ‘주류’ 세력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날 원내대표 투표 전 발언에서도 “이번 경선과정에서 이른바 황심이 언급되었지만 황심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며 “저 심재철은 계파가 없다. 따라서 제가 당선된다면 계파 논쟁은 더 이상 발을 못 붙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심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인사말에서 “우리 당이 잘 싸우고 이 난국들을 잘 헤쳐나가기 위한 여러분들의 미래에 대한 고심과 결단들이 이렇게 모였다”며 “앞으로도 겸허하게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예산안 등 산적한 국회 현안을 위해 여당과 협상을 당장 시작할 예정이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오늘 당장 예산을 추진하려는 것을 스톱하라, ‘4+1’은 안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내년 총선을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모두 총선 필승, 필승의 승리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운동권·비박’ 심재철 뒤엔 ‘황심’ 김재원

심 원내대표는 광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대표적인 호남 출신 의원이다.

그는 대학생 시절 ‘서울의 봄’으로 서울대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때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됐던 심 의원은 계엄법 위반 혐의로 5개월 간 수감돼기도 했다. MBC에서 기자 생활을 지내면서 1992년 방송 민주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이러한 ‘운동권 경력’으로 심 의원은 중진 의원이지만 대표적인 한국당 ‘저격수’로 통한다. 그는 지난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이 한국 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확보해 폭로하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가 한국당 원내지도부에 입성하게 된 것은 ‘강한 투쟁’을 바라는 한국당 의원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심 의원은 단호한 성격으로 책임감도 상당하고,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날 정견발표에서 “저는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며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 내주는 것은 줄이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는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이 원래의 괴물 모습 그대로라면 차라리 밟고 넘어가라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 원내대표와 한 조로 출마한 김재원 신임 정책위의장은 황교안 당대표의 ‘핵심 참모’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 원내대표가 러닝메이트로 김 정책위의장을 택한 것이 이번 원내대표 경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박계인 심 원내대표와 친박계인 김 정책위의장이 손을 잡으면서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강한 투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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