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극심한 계파갈등으로 바른미래당의 분당이 현실화되자 안철수 전 의원이 신당에 합류할지 당권파에 머무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전 의원 측은 “현지 연구활동에 전념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벌써부터 안 전 의원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 의원모임’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중앙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가칭은 ‘변화와 혁신(변혁)’으로 공정과 정의, 개혁적 중도보수를 표방한다.
그러나 변혁에는 최근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유승민계 의원과 권은희 의원 등 일부 안철수계 의원이 합류했을 뿐, 대다수의 안철수계 의원들은 발기인 명단에서 빠졌다. 정식으로 변혁 신당에 참여한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유의동·정병국·오신환·권은희·하태경·이혜훈·지상욱·정운천 의원 등 9명이다.
변혁 소속 의원들은 연일 안 전 의원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변혁이 반쪽짜리 신당에서 탈피해 진정한 ‘중도보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안 전 의원의 합류가 필수적이기 때문. 기존에 변혁 비상모임 활동을 같이 하던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6명의 합류를 위해서라도 안 전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 변혁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발기인 대회에서 “저희가 개문발차할 수밖에 없다. 저는 합류할 것으로 본다”면서 “(안 전 의원이) 12월 중에는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혁 측은 공직선거법상 비례대표 승계가 불가능한 1월 31일까지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가 탈당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비례대표 의원의 임기만료일 120일 이내에는 비례대표직을 승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월 31일 이후부터는 바른미래당 당적을 버려도 비례 의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혁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바른미래 당권파에서는 변혁 신당에서 안 전 의원의 이름이 나오자 ‘발끈’했다. 이내훈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고 “이제는 안 전 대표를 상표등록 해야할 지경”이라며 “안철수 전대표가 변혁에 합류 하리라는 것은 어불성설, 언어유희”라고 비난했다. 이 상근부대변인은 “안철수 전대표는 구태와 기득권의 양당 적대적 공존을 해소하기 위해 국민이 불러낸 중도 실용의 정치인”이라며 “변혁은 안철수를 담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변혁 측에서 제기한 ‘12월 합류설’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안 전 의원의 측근인 김도식 전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안 전 대표는 현재 해외 현지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변혁 신당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그럴 여건도 아님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은 안 전 의원의 ‘의중’이 파악되지 않아 변혁 신당으로의 합류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변혁 신당과 자유한국당의 통합설이 자꾸 불거지는 것도 변혁 합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