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지난 2017년 북미간 오고갔던 ‘말폭탄’이 재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로켓맨” 발언을 다시 내놨고, 북한도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라고 맞받아쳤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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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은 너무 영리하다. 그리고 그는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하면 잃을 게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최근 북한이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동창리 발사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나와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면서 “그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로 하고 싶어하지 않으며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김영철 위원장은 담화를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북조선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자기는 놀랄 것이라느니,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은근히 누구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듯한 발언과 표현들을 타산 없이 쏟아냈다”고 비난했다. 그는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면서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번의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미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는 모양새다. 북한이 2년 전 북미 관계가 최악을 치달을 당시 ‘늙다리’ 발언을 다시 꺼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두고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다시 사용한 것에 응수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 악화의 핵심은 비핵화 방법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월 결렬된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간 큰 격차를 실감했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을 미리 설정하는 포괄적 합의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그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단계적 합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나서 대화에 나섰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노 딜(No Deal)’로 끝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8월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비핵화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박았다. 김영철 부위원장도 담화에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용기가 없고 지혜가 없다면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미국의 안전위협이 계속해 커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이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발사와 향후 도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회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회의가 11일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ICBM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깰 도발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근 악화된 북미관계에 대해 “김 위원장의 측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성 발언들을 계속한다면 결국 북미 정상 간의 우호적 관계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북미 협상이 결렬되면 북한은 계속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없고 경제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과의 대결보다는 미국과의 과감한 협상을 통해 북한이 대북 제재에서 전면적으로 벗어나고 미국 및 일본과 관계를 정상화해 발전된 국가를 이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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