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유료방송 업계에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변화가 일고 있다. IPTV와 케이블TV의 M&A(인수합병)가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최근엔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며 업계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에 따라 점유율 2위였던 SK브로드밴드가 3위로 밀리는 등 업계 순위도 크게 달라졌다. SK브로드밴드가 내년 예정된 티브로드와의 합병으로 시장 점유율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1위 사업자인 KT는 어떠한 전략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274일 만에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CJ헬로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4.72%로 높아지며 KT·KT스카이라이프(31.31%)에 이어 2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업계 2위였던 SK브로드밴드(14.7%)가 3위로 밀려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내년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통해 줄어든 시장 점유율을 복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SK텔레콤은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심사가 예상보다 늦어짐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 기일을 당초 2020년 3월에서 4월로 연기한 바 있다.

게다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은 방송통신위원회 사전 동의 절차가 필요해 심사 기간이 상당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심사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이에 따라 방통위 사전 동의 신청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티브로드와 합병이 된다고 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SK브로드밴드(14.7%)·티브로드(9.33%)의 합산 점유율은 24.03%로, LG유플러스(24.72%)와 치열한 2위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를 통해 종합 미디어플랫폼 사업자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서게 된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정부의 최종 심사가 지지부진한 탓에 내년도 사업전략 수립에 제동이 걸린 상태로, 업계 점유율 경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위 사업자인 KT(31.1%)도 안심할 수 없다. ‘올레 tv’를 앞세운 KT가 압도적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내년이 되면 상황이 달리지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각각 24.72%, 24.03%로 올라선다면 세 기업 간 경쟁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KT도 케이블TV 업계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합산규제에 발이 묶이며 경쟁사들의 약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 이상을 확보할 수 없는 한시법이다. 2015년 3년 시한으로 도입 후 2018년 6월 일몰돼, 국회에서 재도입 논의 중이다. 현재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이견을 보이며 후속 법안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시 시장 점유율은 37%가 되기 때문에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2, 3위 사업자가 바짝 추격해 오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KT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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