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음을 읽어내야
- 건전한 회식은 최고의 소통기회가 돼
- 사소한 잡담에도 조직정서가 담겨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인간이 모여 사는 집단에는 어디에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인간이 사는 사회나 단체나 조직의 특징이 되어왔다.

스토리텔링은 앞으로 다가올 꿈과 감성 중심의 드림소사이어티에서 핵심가치가 될 것이다. 그 스토리텔링이 당연히 조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의미’를 담고 있어 구성이나 등장인물과 전개과정이 있는 표현력이 강한 서술이다.

어떤 스토리들은 순전히 허구일수도 있지만 어떤 스토리들은 실제 있었던 일로 꾸며진다. 이 이야깃거리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정보를 주기도 하고, 자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한 훈계의 기능도 있고, 교육의 효과도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어 듣는 이들로부터 다양한 감정의 반응을 이끌어내게 된다. 원래 조직이란 다양한 개성과 성격이 모인 다문화적(multicultural) 요소가 하나의 단문화적(monocultural) 체계로 결합되어 있는 형태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커뮤니케이션을 달리 말하면 스토리텔링이다.

그래서 조직은 “말이 많은” 습성을 갖고 있다. 그 스토리가 조직에서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주는가에 따라 조직의 성장이냐 정체냐 퇴보냐가 결정된다. 조직에서의 학습도 결국에는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이것을 ‘서술적 지식’(narrative knowledge)이라고 한다.

인간의 두뇌는 딱딱한 공식이나 그래프나 도식보다도 스토리 형태로 된 정보를 보다 쉽게 흡수하는 유연성이 있다. 그래서 조직 내에서 필요한 경험이나 사실을 스토리화하여 전파하게 되면 구성원들에게 수월하게 수용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자신들에 대한 얘기나 전체적으로 조직에 대해 말하는 스토리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스토리는 문화적, 정치적, 감성적 측면에서 조직생활을 표현하는 창구가 되어 구성원들로 하여금 속 깊은 생각이나 느낌, 그리고 숨겨진 감정과 갈등을 표출하는 채널이 된다.

최근 들어 스토리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성과와 학습, 변화경영을 활성화시키는 촉매로 활용되고 있다. 스토리는 조직 구성원들의 일체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단조로움에 흥을 주기도 하고, 긴장을 해소하기도 하는 기능이 있다.

조직 내에서 순환되는 이야기들을 잘 들어보자. 거기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비교도 해보고, 분석을 해보게 되면 조직에서 어떤 사건이나 경험들이 이야깃거리가 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밑바닥에 흐르는 구성원들의 정서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또 한편으로 구성원들이 조직 내에서 어떤 경험들이 관심을 주고 영향을 받는지를 파악해 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하면 조직의 정치적 역학구도나 조직문화, 그리고 변화의 방향을 명확하게 간파할 수 있다. 조직의 현안이나 이슈들을 구성원들이 어떻게 보고, 말하고, 대응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되기도 한다.

조직에서 스토리는 직설적일 수도 있고 은유적일 수도 있다. 때로는 스토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의 상징적인 요점만 담으면 내용의 정확성이나 진정성이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때 스토리는 직접화법으로 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이나 느낌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데 안성맞춤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스토리는 뜻을 전하면서도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의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탐색해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이야기를 해 놓고 상대방의 반응이 언짢아 보이면 “아니야 그게 농담이었어!”, “그냥 농담으로 한 얘깁니다!”라고 둘러대면 상황을 수습할 수가 있다. 이것이 조직에서 스토리텔링의 묘미다.

요즘은 직장에서 술을 중심으로 한 회식자리가 적어지고 있다. 하지만 건전한 회식처럼 가장 스토리텔링이 자유로운 분위기도 없을 것이다. 이는 아마 한국만의 독특한 사회문화이기도 하다. 조직의 상사와 부하가 만나는 자리에서는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 정서가 교류되고 느낌이 소통된다.

그 스토리텔링의 내용은 업무적인 것일 수도 있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의 경험이나 체험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젊은 세대들이 직장의 회식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지고 있어 한편으로는 소통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스토리는 정서적, 상징적 의미가 투영된 서술적 표현이다. 그것은 어떤 경험이나 사건에 대해 단순한 정보나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는 경험이나 사실에다 ‘의미’를 덧입혀 그 메시지를 강렬하면서도 풍부한 영감을 주게 한다.

그렇다면 조직의 경영자나 관리자는 조직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는 조직 구성원들의 마음이나 생각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크게 외부로 나타나는 상징물(CI)에서부터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구성원들의 사소한 얘기 하나하나, ‘유언비어’ 하나하나가 따지고 보면 모두 ‘이야깃거리’, 곧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 · 칼럼니스트 · 문화커뮤니케이터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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