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2019년 기해년, 올해 유통업계는 소비 침체와 온ㆍ오프라인 업체 간 출혈경쟁 등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온라인몰의 강세에 오프라인 매장의 주축인 대형마트는 적자 전환되기도 했다. 반면 편의점 업계는 GS25가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서는 등 유일하게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부진을 비껴갔다. 또한 올해 여름부터 이어진 불매운동으로 유통업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유니클로 매출 부진으로 탑텐 등 타 SPA 브랜드 매출 상승이 상승했다. 불매운동 이슈에 휘말린 롯데주류는 3분기 실적에서 큰 타격을 입었음을 확인했다.

<뉴스포스트>가 올 한해 유통·식음료 업계의 이슈 7가지를 짚어봤다.

(왼쪽)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강희태 롯데 유통BU장
(왼쪽) 강희석 이마트 대표,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강희태 롯데 유통BU장(사진=각 사 제공)

△ 온라인에 흔들린 전통 유통 강자들…결국 고강도 인적 쇄신

올 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유통업계의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쿠팡 등 이커머스의 빠른 성장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온라인몰로 옮겨가면서 전통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론’이 대두됐다.

특히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유통업계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생존’을 경영 화두로 삼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분기 롯데쇼핑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8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나 급감했으며 22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롯데마트와 롯데하이마트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롯데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5% 떨어졌다. 롯데하이마트의 영업이익은 334억 원으로 48.4%나 쪼그라들었다.

이마트의 경우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1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에는 벗어났다. 그러나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한 수치였다.

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 위기에 유통 빅3인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는 수장을 전면 교체하는 공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마트는 인사를 한 달 앞당긴 지난 10월 진행하고 창사 첫 외부 수혈을 통해 강희석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이후 이어진 신세계 인사에서 신세계백화점은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장재영 신세계 대표가 맡게 됐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11월 1960년생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포진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2012년부터 한섬을 이끌며 실적을 견인한 김형종 한섬 대표가 현대백화점을 이끈다.

마지막으로 롯데그룹은 백화점·마트·슈퍼·e커머스·롭스로 나뉘어 있던 유통 사업 부문을 하나의 통합 법인으로 재편했다. 이를 총괄하는 유통BU장에 강희태 현 롯데쇼핑 백화점 부분 대표가 선임됐다.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에는 황범석 롯데홈쇼핑 상품본부장이 선임됐다.

지난 7월부터 이마트는 상시 초저가 상품을 살 수 있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지난 7월부터 이마트는 상시 초저가 상품을 살 수 있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 “싸게, 더 싸게…” 너도나도 초저가 전략

올 한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초특가’, ‘초저가’ 경쟁이 계속됐다.

초저가 전략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이커머스의 중점 전략이었다. 이머커스 사업자들은 대량구입으로 원가를 낮추고 전국적인 판매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여기에 손가락 움직임 한 번에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시스템도 강화하며 고객들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온라인 몰로 옮겨갔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며 지난해 전체 거래액 110조원을 돌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의 ‘2019년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살펴보면 온라인 시장은 전월 대비 12.5% 상승했다. 온라인 시장 매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10% 이상 올랐다.

오지않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은 ‘초저가 전략’을 매출 부진의 돌파구로 삼았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부진의 선두에 있는 대형마트가 적극적이다. 대형마트 3사는 라면, 생수, 물티슈뿐 아니라 와인, 가전제품 등을 초저가로 내놓고 있는 상황.

이마트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와 ‘통큰 한 달’, 홈플러스는 ‘빅딜 가격’ 이라는 공격적인 할인 이벤트 시행하고 있다.

편의점도 초저가 전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최초로 초저가 제품을 선보인 이마트24는 ‘민생 시리즈’를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1봉지 당 550원으로 출시된 ‘민생 라면’은 올해 2월부터 390원으로 가격이 인하돼 판매되고 있다. 이어 미세먼지 마스크, 화장지, 도시락 김도 민생 시리즈로 선보이고 있다. CU는 500원 라면, 900원 커피, 1500원 식빵 등의 실속 시리즈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고객 유입을 위한 오프라인 매장의 초저가 전략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분기 이마트가 초저가 전략으로 실적을 회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커머스의 상시 초저가 전략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GS25 편의점 (사진=홍여정 기자)
서울 시내 GS25 편의점 (사진=홍여정 기자)

△ 암흑 속에 빛난 편의점

온라인 강세에 오프라인 매장이 맥을 못추는 동안 편의점만은 방긋 웃었다. 산업부의 ‘2019년 10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발표에 따르면 오프라인 유통가는 1.1% 줄었다. 대형마트, 백화점, SSM(대형 슈퍼마켓)이 각각 4.8%, 3%, 1.3% 줄어든 반면 유일하게 편의점만 매출이 5.4% 늘었다.

지난 3분기 GS25는 매출 1조 81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영업이익은 17.6% 증가한 898억 원이었다. CU는 매출 1조 5828억 원으로 2.8% 오른 반면 영업이익은 64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줄었다.

1~2인 가구 증가로 간단히 편의점에서 한 끼를 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편의점은 유통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멀리 마트에 가지 않아도 집 근처에서 도시락 등 1인식과 함께 소포장 된 상품을 가장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규모의 경제’로 점포수 경쟁을 펼치던 CU와 GS25의 희비가 엇갈렸다. 2002년 CU가 점포 수 1위로 올라선 이래 17년간 2위에 머물렀던 GS25가 11월 말 기준 1만 3899개의 점포수를 기록하며 선두로 올라선 것. CU의 점포수는 1만 3820개였다.

세븐일레븐도 11월 1만 5개의 점포 수를 달성하면서 CU, GS25에 이어 세 번째로 ‘1만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제 편의점 업계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재계약 점포 잡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내년 편의점 재계약 대상 점포는 2974개다. 이후 2012년 3617개, 2022년 4213개로 약 3년간 총 1만 804개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 기존 점주를 잡고 타 브랜드 점주를 뺏어오는 가맹점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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