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부 리콜 대상 차종에 포함되지 않은 차종
- “해당 건 내용 파악하려 면밀하게 조사 중”
- “조사 결과 나오면 보상 논의 말할 수 있을 것”
- 김필수 교수 “현행 제조물 책임법, 입증책임 소비자에게 돌리는 후진적인 법”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23일 <뉴스포스트>에 급발진으로 유발된 사고로 추정되는 건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MBC 단독보도에 따르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판매한 차량을 타던 김모 씨(46)는 주행 중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사고로 외벽을 들이받아 차량의 오른쪽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한국지엠, 포르쉐코리아, 비엠더블류코리아 등에서 제조하거나 수입·판매한 20개 차종 4만 3,082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리콜 조치한다고 밝혔다. 단일 차종으로 가장 리콜이 많은 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디스커버리 스포츠 2.0D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기인증적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디스커버리 스포츠 2.0D 등 10개 차종 1만8천371대에서 긴급제동 신호장치가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에 급발진 의심 건으로 보도된 차량은 리콜 대상인 10개 모델도 아니고 국토부의 리콜 이유도 이번 사고 원인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기술적 검사 등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정확하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 논의에 대해서는 “현재 사고 차량 차주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상 논의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급발진 추정 사고의 경우 고도의 기술적 지식이 필요해 그 원인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물 책임법은 급발진의 입증책임을 차주가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가 급발진 사고를 증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실제로 급발진을 인정받아 보상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제3조의2(결함 등의 추정)에 △해당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제1호의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제1호의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등 세 가지 요건을 증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입증책임을 제조사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EDR(사고기록장치)를 활용해 급발진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보편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가운데 80%는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지만 20% 정도는 실제 급발진으로 야기된 사고인데 여태껏 급발진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며 “현행 제조물 책임법이 소비자에게 입증책임을 돌리는 후진적인 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모두 입김이 센 자동차 업계의 눈치만 보고 엎드려 있는 상황에서 향후에도 급발진을 둘러싼 법과 제도가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미국처럼 징벌적 배상제도도 없는 마당에,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스스로 인정하고 추가 리콜을 진행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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