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금융권은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판 짜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4년 만에 보험회사 종합 검사를 부활시켰고, 손해보험사들은 상·하반기 자동차 보험료를 두 차례 인상했지만 치솟은 손해율을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DLS) 사태와 불황에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혁신 금융 서비스를 이끌 ‘오픈 뱅킹’이 전면 시행됐으며, 우여곡절 끝에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제3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뉴스포스트>는 잠잠할 날 없었던 2019년을 마무리하며 7가지 금융권 이슈를 선정해, 한 해를 돌아봤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④ ‘DLF 불완전 판매 사태’…금융사 윤리의식 부재

올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해당 상품들이 원금 손실이 가능한 상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과다 영업 사실이 알려지며 은행 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DLF판매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금융감독원은 두 은행이 상품심의에 대한 내부통제 절차가 적당하지 않았다고 봤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연계 DLF는 지난 9월 처음으로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됐다. 9월 26일 만기였던 DLF 상품의 손실률은 98.1%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1차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열고 해외금리연계 DLF 투자손실에 대한 배상 비율을 40~8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분쟁 조정 6건은 우리은행 3건, KEB하나은행 3건으로 구성됐다. 또 두 은행의 배상 비율 구간은 우리은행 40~80%, KEB하나은행 40~65%였다. 배상 비율 80%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금감원 결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분조위 결정에 최대한 협조하고, 조속한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고, KEB하나은행도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조속한 배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신청은 총 269건(11월 18일 기준)으로 은행 264건, 증권사 4건이었다. 금감원의 합동 현장 검사 결과 은행의 DLF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는 5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은행 애플리케이션 (사진=이해리 기자)
다양한 은행 애플리케이션 (사진=이해리 기자)

⑤ 하나의 앱으로 모든 계좌 한 번에 ‘오픈뱅킹 서비스’

하나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객이 가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 출금·이체까지 할 수 있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18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16개 은행과 핀테크 기업 31곳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픈뱅킹 서비스 전면 시행 행사를 열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모두 참가해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만큼 은행들은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혜택을 강화한 서비스와 상품을 선보이는 등 주거래 앱으로 선택받기 위한 고객 유치 전쟁이 뜨겁다. 

핀테크 기업들도 오픈뱅킹 참여로 기존 금융 결제망 이용 수수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무료 송금 건수를 확대하는 등 소비자 혜택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 위주인 참가 금융회사를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한 대출·연금 관련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기능 추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점포 등 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한 오픈뱅킹 서비스 등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또 해킹이나 보이스피싱 등 사고에 대비한 보안성 강화와 소비자 보호 방안에도 힘을 쓸 계획이다. 일단 금융사고 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 통합 일간 출금이체 한도는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앞서 금융권은 10월 30일부터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18개 시중·지방 은행이 참여해 50일간 315만 명이 가입했고, 773만 계좌를 등록했다. 1인당 평균 2.5개의 계좌를 등록한 셈이다. 서비스는 잔액조회(82%), 거래내역조회(9%), 계좌실명조회(6%), 출금이체(2%) 순으로 많이 이용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의 미래모습은 모든 금융권이 개방형 혁신에 참여하는 오픈 파이낸스가 될 것”이라며 “저비용, 고효율의 인프라가 구축되는 만큼 단순한 고객 늘리기보다는 금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르덴셜생명 전경 (사진=뉴시스)
푸르덴셜생명 전경 (사진=뉴시스)

⑥ 보험업 불황에 M&A 시장 매물 ‘줄줄이’

보험업이 장기 침체기로 들어선 가운데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줄줄이 나왔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롯데손해보험을 시작으로 KDB생명과 더케이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내년 업황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동양생명과 ABL생명, MG손해보험 등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매각작업을 공식적으로 진행 중인 보험사는 KDB생명으로, 산업은행은 지난 9월 KDB생명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네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 KDB생명이지만 불황에 저금리 여파까지 더해져 이번 도전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또한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를 시가평가 함에 따라 자본확충 여력이 낮은 보험사들도 대거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매각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한 더케이손보의 경우 하나금융지주가 더케이손보 인수를 위한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기존 하나생명보험과의 보험사업 시너지를 위해 손보사 인수가 필요하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하나손해보험에 대한 상표등록을 마쳤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말 기준 더케이손보의 순자산 규모의 해당하는 1,500억 원가량의 인수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그보다 수백억 원 낮은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인수 가격이 높은 수준이 아닌 만큼 원만한 협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이르면 이달 양측의 주식매매계약이 이루어진 후 오는 2020년 1분기에는 금융당국 등의 승인을 거쳐 인수 완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24개 생보사 중 자산규모(20조 8,000억 원)로는 11위이지만 9월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1,464억 원으로 업계 7위, RBC 비율은 515.04%로 업계 최상위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세미나실에서 '토스뱅크 사업계획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세미나실에서 '토스뱅크 사업계획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⑦ 제3 인터넷은행 토스뱅크 출범…혁신 금융 ‘메기’ 될까

지난 16일 ‘토스뱅크’가 우리나라의 세 번째 인터넷 은행으로 선정됐다. 올 상반기 인가 심사에서 탈락 했지만, 지적된 약점을 개선해 두 번째 도전에서 금융위원회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했다.

토스가 지분 34%의 최대 주주가 되고, KEB하나은행·한화투자증권·중소기업중앙회·이랜드월드가 각각 10%를 보유하며, SC제일은행(6.67%)·웰컴저축은행(5%)·한국전자인증(4%)·3개 글로벌 VC(10.33%) 등이 주요 주주로 나섰다.

토스뱅크는 사회 초년생 등 신용 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는 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사회 초년생을 위한 월급 과도기 대출, 신용카드 미소지자를 위한 할부 서비스, 자동저축 및 개인성 예금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예비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는 조만간 공식 준비법인인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본인가를 위한 인적·물적 설비 구축 등 준비작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한 달 내에 본인가를 내주면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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