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말까지 전환 결정하겠다는 서울시 ‘묵묵부답’
- “박원순 시장은 약속 지키고 노동자 생각해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SH공사콜센터지회가 30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 개포로 소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앞에서 “SH공사는 콜센터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 전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파업을 했다.

이날 SH공사콜센터지회는 “주 기관인 SH공사가 서울시의 뒤에 숨어 결정을 따르겠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대해서도 “올해 12월 말까지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SH공사 측은 서울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에 “이미 서울시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다”며 “서울시 지침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라미 SH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의 일문일답.

김라미 SH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 (사진=이상진 기자)
김라미 SH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 (사진=이상진 기자)

- 파업의 배경을 설명한다면.
“서울시가 SH공사 콜센터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직접 고용을 하는 주 기관인 SH공사가 책임을 서울시에 미루고 뒤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 당사자인 SH공사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 오늘 SH공사 앞에서 파업을 하게 됐다.” 

- SH공사는 서울시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인데.
“서울시가 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주 기관이 SH공사다. SH공사가 정확하게 찬성 의견을 내면 결정하는 서울시도 가볍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SH공사가 서울시 뒤에 숨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산하 기관이 긍정적으로 직접 고용 전환을 검토하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SH공사에게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국토부 산하 LH공사와 경기도 산하 경기도시공사는 모두 직접 고용이 됐다. SH공사와 마찬가지로 상급 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결정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

- 전환의 당위성에 대해 말한다면.
“SH공사가 용역 업체에 주는 비용이 절대 저렴하지 않다. 원래 콜센터 직원들은 SH공사 본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다가 직접 고용 전환 이야기가 나오니까 콜센터 직원들을 본사에서 장지동 소재 다른 건물로 이전시켰다. 콜센터 직원들이 내부에 있으면 전환해야 하니까 부담스러웠던 거다. 이러면서 SH공사는 용역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에 더해 건물 대여 비용 등을 부담하게 됐다. 직접 고용 예산이 오히려 더 저렴하다. 또 SH공사 콜센터 근로자는 법률에 규정된 기본 신청 자격은 물론 매번 변경되는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1년 정도는 교육과 현장업무를 해야 숙지가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2년마다 용역 업체가 달라지다보니, 상담사들도 10~20명 정도가 고용이 보장되지 않아 나간다. 그래서 업무연속성이 떨어지게 되고 고객에게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기 어렵다.”

SH공사콜센터지회가 30일 오전 8시 30분 서울주택도시공사 앞에서 SH공사의 입장을 밝히라는 내용의 파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SH공사콜센터지회가 30일 오전 8시 30분 서울주택도시공사 앞에서 SH공사의 입장을 밝히라는 내용의 파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 서울시의 태도 변화도 촉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서울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서울시는 본래 12월 말까지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까지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 현실적으로 내년으로 전환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서울시가 스스로 올해 말까지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거다. 그런데 이제 와서 SH공사 탓을 하면서 기관들의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서울시에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박원순 시장이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것은 아닌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위원장이 박원순 시장과 직접 면담했고 그때 말했다. SH공사 콜센터가 직접 고용을 해야 하는데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콜센터 상담사들이 서울시에 가서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 고용 투쟁을 하고 있다고도 여러 번 말했다. 그때마다 박원순 시장은 ‘알겠다’고만 했다.”

- 박원순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약속 좀 지키시라고 하고 싶다. 직접 고용하기로 했으면, 빠른 시간 내에 결정했으면 좋겠다. 업무 절차대로 진행한다지만, 그걸 기다리는 노동자들은 가슴 졸인다. SH공사가 콜센터 용역 계약을 2년마다 하는데 내년 4월이면 계약 만료다. 5월에 새로운 용역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이다. 보통 용역 만료 3개월 전쯤에 계약 공고를 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2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4월 5일 SH공사콜센터지회가 처음 만들어진 계기는 직접 고용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7년 정도 근무한 센터장이 직원들을 괴롭혀, SH공사에 해당 센터장을 관리해달라고 하면 SH공사에선 자기 직원이 아니라 권한이 없다고 했다. 해당 센터장은 자기는 SH공사로부터 지시를 받았고 SH공사가 허용해줘야 상담사들이 요구하는 걸 들어줄 수 있다고 하고. 그때 많은 직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그만 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콜센터지회를 만든 거다. 이런 모든 문제는 직접 고용이 이뤄지면 해결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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