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자년] 공공기관, 곳간 비어도 임금·퇴직금 올린다
[2020 경자년] 공공기관, 곳간 비어도 임금·퇴직금 올린다
  • 이상진 기자
  • 승인 2020.01.0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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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예산편성지침서 ‘퇴직금에 성과급 포함 길 열려’
- 2019년 대비 인건비 상승률도 최대 1%p 올라
- 1년 새 9조원 불어난 부채에도 공기업은 성과급 잔치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연간 최대 수조 원대에 이르는 공공기관들의 경영 손실과 늘어나는 부채 규모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공공기관 재직자의 인건비와 퇴직금 액수가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퇴직금에 성과급 포함 길 열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3일 2020년부터 공공기관 재직자의 퇴직금에 성과급을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실제 기재부가 발표한 ‘2020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을 살펴보면 2019년 지침까지 인건비 가운데 퇴직급여 항목에 존재했던 “경영평가 성과급은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문구가 없어졌다.

2018년과 지난해 대법원이 “성과급을 근로 대가로 지급한 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한 네 차례의 판례에 따라 지난달 3일 공공기관위원회 위원들이 전체회의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하는 것을 정부에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정부가 받아들여 공공기관 성과급도 퇴직금에 포함되는 길이 열렸다.

지침에 따르면 퇴직급여충당금은 근속 1년당 30일분의 평균 임금을 적용해 산정한 퇴직금 추계액에 맞춰 매 분기 우선적으로 적립한다. 퇴직금 추계액을 기초로 계산하면, 기관에 따라 최대 1,000만 원까지 퇴직금을 추가로 챙길 수도 있다.
 

(사진=뉴시스)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진=뉴시스)

▲ 인건비 인상률 1%p 올라...모호한 공공기관 평가 기준

공공기관의 2019년 대비 올해 인건비 인상률도 가파르다. 2019년 예산편성지침은 2018년 총인건비 예산의 1.8% 이내에서 증액해 편성했다. 반면 2020년 예산편성지침은 공공기관의 올해 인건비 인상률을 지난해 총인건비 예산의 2.8% 이내에서 증액해 편성한다고 규정했다. 올해 공공기관의 인건비 인상률이 최대 1%p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2018년 대비 2019년의 인건비 예산 파이가 더 크기 때문에 실제 인상되는 급여 총액은 큰 폭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노조의 입김이 강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의 특성상 성과급이 퇴직금에 포함되고 인건비 상승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부터 공기업의 경영평가 기준이 ‘사회적 가치 중심 지표체계’로 바뀌었다는 제도적 문제도 지적된다. 정부가 공공성에 초점을 맞춰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기 시작한 것인데, ‘사회적 가치’라는 지표가 계량화가 어려워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은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어떤 기준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공공기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것. 기재부는 지난해 7월 26일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기관별 우수사례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선정했고 테마별 우수사례(안전 및 환경)로 한국수자원공사를 선정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서 우수사례로 뽑은 기관의 부채 규모가 크다고 지적했다.

해당 편람에서 기재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더불어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철도공사, 대한석탄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10개 기관의 부채 규모와 비율이 높아 성과급 지급률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우수사례와 모순되는 분석이다.
 

▲ 9조원 불어난 부채와 ‘조 단위’ 경영 손실에도 성과급은 꼬박꼬박

퇴직금과 인건비의 고공행진 활로가 열렸지만, 문제는 공기업의 부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78.5조 원(채권 215.4조원, 차입 51.3조 원, 기타 111.8조 원)이었던 공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9.1조 원 늘어나 387.6조 원을 기록했다.

공공부문의 부채는 향후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주요 공공기관들의 경영 손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까닭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의 손실액은 3조 8,954억 원이었다. 한국전력공사는 1조 1,745억 원의 손실을 봤다. 

△한국석유공사 1조 1,595억 원 △한국광물자원공사 6,861억 원 △한국지역난방공사 2,265억 원 등으로 손실을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연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대 손실을 본 공기업도 성과급으로 1인당 약 150만 원~574만 원 정도를 가져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조 1,745억 원의 손실을 본 한국전력은 1인당 성과급으로 772만 5,000원을 가져갔고, 3조 8,954억 원의 손실을 본 건강보험공단은 1인당 성과급으로 157만 1000원을 챙겼다. 2,265억 원의 손실을 본 한국지역난방공사도 1인당 성과급으로 574만 6,000원을 받았다.

이상진 기자 elangvit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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