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저금리·저성장·경쟁 심화 등 어려움 직면
KB·신한·우리 등 비은행, 글로벌 확장 의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5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2020년 경자년(庚子年)을 맞이해 인수합병(M&A), 디지털, 고객 중심, 신뢰 등 새해 경영전략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5대 금융지주 CEO.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5대 금융지주 CEO.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2일 신한,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의 신년사를 종합하면 M&A를 통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가속, 고객 신뢰 강화 등을 강조했다. 

우선 KB·신한·우리 등은 올해 금융시장이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금리·저성장 기조, 경쟁 심화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M&A 전략을 꼽았다. 예대마진 기반의 은행수익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다양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은 동남아와 선진시장의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2020년 경영목표를 ‘고객 신뢰와 혁신으로 1등 종합금융 그룹 달성’을 선언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경영전략에 포함했다. 손태승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은행 글로벌 부문은 국내 1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현지 맞춤형 영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글로벌 리스크관리를 한층 강화하여 질적 성장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와 우리는 오는 20일 예비입찰이 예정된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맞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기 위해 대형 생보사 인수를 이전부터 추진해왔다. 우리금융은 은행 비중이 90%를 넘어 증권과 보험 등 핵심 계열사의 인수가 필요하다. 

지난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강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확장과 강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非)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비은행 부문 계열사 경쟁력을 먼저 강화해야 한다”며 “전략적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와의 사업협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의 거점 확대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픈뱅킹, 제3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금융 진출, 마이데이터 산업 추진 등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주제로 거론됐다. 

조용병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에 이끌려 가는 객체가 아닌 변화를 주도해 가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우리 내부 시각에서 벗어나 핀테크, 빅테크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업(業)을 초월한 지식의 융합을 시도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종규 회장은 “채널 다변화와 디지털마케팅 확대를 통해 고객 접점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채널 간 연계를 강화해 끊김 없는(Seamless)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초개인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태승 회장도 “디지털 부문은 미래 우리은행의 생존을 판가름낼 부문”이라며 “‘디지털금융 1등 은행’을 위해 BIB(Bank In Bank)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오픈뱅킹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 손실 사태로 은행들이 홍역을 치른만큼 금융 소비자 신뢰 회복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가치관 변화에 주목했다. 

조용병 회장은 올해 경영 키워드로 단순한 1등이 아닌 ‘일류’라는 더 큰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일류(一流) 신한’을 제시했다. ‘일류 신한’이 되기 위한 세 가지 길로 신뢰, 개방성, 혁신금융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일류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보이스피싱 제로(Zero), 고객 중심 신(新)평가제도,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강화 등 언제 어디서나 고객 퍼스트를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공정한 무역을 말하고, 비윤리적 기업에 대해 금융회사에 대출과 투자를 하지 말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가올 10년의 성장과 생존을 위해 리셋(Reset)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디지털금융 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혁신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객의 믿음과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며 “‘본립도생(本立道生)’,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해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매사에 정성과 믿음을 다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윤종규 회장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ESG 체계 확립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미래 가치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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