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수도권 필패(必敗).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여론조사 분위기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바닥을 기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최근 놀라울 정도로 회복됐지만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아직 불안한 수준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오는 4월 총선에서 생존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한국당 내부에서도 팽배해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역의원 50% 이상 교체’와 ‘현역의원 1/3이상 컷오프’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세워두고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에 착수한 상황.

최근에는 초선 의원 외에도 ‘내로라’ 하는 중진 의원까지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여상규 의원(3선·경남 사천남해하동)과 황교안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한선교 의원(4선·경기 용인병)은 잇따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부산 북강서을·재선)도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무성(6선), 김세연·김영우(3선), 김성찬(재선), 유민봉·윤상직(초선) 의원까지 합치면 불출마를 공식화한 한국당 의원은 총 9명이다.

이들이 출마를 포기하며 당에 주문하는 요청은 ‘변화’와 ‘보수대통합’으로 귀결된다. 특히 김무성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 그리고 당이 이 지경이 되는데 책임 있는 중진들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콕’ 집어 지적했다.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당대표를 지내던 김 의원은 청와대의 ‘하명 공천’에 반발해 당 직인을 갖고 잠적하는 촌극을 벌인 인물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탄생한 결정적 계기는 20대 총선 당시 막장 공천에 있었다”면서 “설령 이들이 공천을 신청하더라도 당에서는 공천 배제를 하는 것이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언급은 당시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 공관위원 추천권을 행사했던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등 당시 최고위원들 및 원유철 원내대표, 그리고 당내 계파를 대표하던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불출마 요구로 풀이된다.

여상규 의원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하며 더 강한 변화를 주문했다. 여 의원은 당내 물갈이를 넘어 황교안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져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 같은 악법이 날치기 통과되는 현장에서 한국당은 매우 무기력했다. 몸으로라도 막아내야 했는데 당 지도부는 국회의원들에게 전혀 용기를 북돋아주지 못했다”고 지도부를 강력 비판했다.

여 의원은 “자유 진영이 이렇게 코너로 내몰리고 있는데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며 “당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체 의원들까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빅텐트 하에 순수하게 모여 당명까지도 빅텐트에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적인 친황파로 분류되는 한선교·김도읍 의원은 황 대표의 체제가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한 김도읍 의원은 “총선 압승을 위한 당의 쇄신에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선교 의원은 “황교안 체제에 힘을 더해주기 위해서 오늘 불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 의원은 “한국당이 왜 변하지 않느냐고 하신 분들이 많다. 저의 이 작은 결심이 그러한 요구에 조금이나마 답이 됐으면 한다”면서 “당 사정으로 볼 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의 형편을 볼 때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무성 의원은 “4·15 총선 승리와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결단해야 할 시간이다. 결단의 해답은 오직 하나, ‘우파 정치세력의 대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여상규 의원도 “다음 총선에선 보수 대통합 없인 승리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내 불출마 선언 의원 9명 중 TK(대구·경북) 지역 의원이 없다는 데 주목한다. 총선 불출마 선언 의원은 PK(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6명, 수도권 2명, 비례대표 1명이다. 이에 김무성 의원은 “그만둬야 할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고, 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에 앞장서야 할 인사들이 불출마 선언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놓았다.

TK지역은 전통적 보수 텃밭인 만큼 출마만 하면 의원직은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결심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TK지역 전체 물갈이에 대한 여론이 높은 상황. 최근 당무감사에서는 TK지역 의원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TK 지역 한국당 의원은 대구 8명, 경북 11명으로 총 19명이다. 이 중 3선 이상의 중진의원은 4선 주호영(대구 수성을), 3선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3선 김광림(경북 안동), 3선 김재원(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등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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