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고급 승합차와 함께 있는 염따. (사진=염따 인스타그램 캡처)
고급 승합차와 함께 있는 염따. (사진=염따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박(24)모 씨는 7일 <뉴스포스트>에 “요즘 ‘플렉스’라는 표현을 젊은 세대 남녀 모두 쓰고 있다”며 “원하던 제품을 구매했을 때나 목표하던 바를 이뤘을 때 기쁨의 표현으로 자연스럽게 쓰는 거 같다”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대로 플렉스는 1020세대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역시 제34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백스테이지 인터뷰 과정에서 플렉스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멤버가 동전들로 자신의 팬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자, 한 멤버가 “플렉스 한다”고 감탄했다.

반면 40대 남성 배우 공유는 이달 4일 방송된 SBS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를 통해 “플렉스라는 신조어의 뜻을 처음 알았다”고 고백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평범한 20대 청년부터 10대 청소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까지 사용하는 플렉스. 영어 단어 ‘Flex’의 사전적 의미는 ‘(준비 운동 등으로) 몸을 풀다’ 또는 ‘(신축성이 있는) 전깃줄, 전선’ 등을 뜻한다.

하지만 1020세대 사이에서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물질적인 과시 행태로 쓰이는 플렉스는 주로 ‘오늘도 플렉스 했다’, ‘플렉스 인증’ 등으로 표현된다. 고가의 소비를 했다는 것을 타인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플렉스의 유래는 1990년대 미국 힙합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이다. 1992년에는 미국 래퍼 아이스 큐브가 자신의 곡에서 가사에 쓰기도 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백인들보다 흑인들에게 신분 상승의 문이 좁았다. 교육 등의 사회적 시스템보다는 음악이나 스포츠 등 타고난 재능이 흑인들의 신분 상승을 도왔다. 닥터 드레나 스눕독, 퍼프 대디 등의 래퍼들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토대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기도 했다.

199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플렉스 문화는 한국의 힙합 아티스트를 통해 국내에 전파됐다. 래퍼 염따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수천만 원을 소비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플렉스 문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을 타면서 사치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중저가 상품 위주의 여성 정장과 여성 캐주얼, 남성 의류 매출은 각 9.5%, 22%, 6.9% 감소했다. 반면 명품 매출은 약 20% 이상 증가했다.

또한 롯데멤버스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발표한 명품쇼핑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명품 구매 건수는 2017년 2분기보다 3.5배 늘었다. 20대 구매 건수는 2년 새 7.5배, 연령대별 비중은 5.4%에서 11.8%로 늘었다. 20대는 구매 채널 중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곳은 매장(12.8%)이었으며 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 정보를 얻고 있었다.

이처럼 젊은세대가 명품 시장에 주요 구매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020세대의 플렉스 문화가 자기만족을 넘어 단순히 과시적 사치에 지나지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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