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계속된 DLF 이슈에 몸살 
‘비용 효율화’ 내세우며 인력 구조조정 나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 금융권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DLF 사태,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어수선하다. 

13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13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금융연수원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IBK기업은행)

인터넷·모바일 뱅킹과 등 비대면 채널의 비중 확대와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은행권에는 지점 통폐합 등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부터 이어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 결합 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와 법원의 선고가 남아있어 심각한 경영 위협이 되고 있다. 

우선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임명된 지 14일째를 맞는 16일에도 기업은행 노동조합(노조)의 출근저지로 출근길이 막혔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낙하산 논란’을 일축했지만, 노조는 즉각 반박에 나서며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갔다. 윤 행장은 이날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4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2020 IBK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와 기업은행 노조가 평행선을 달리며 이번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법률 리스크로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 조용병 회장은 과거 신한은행장 시절 신입사원 부정 채용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심 공판에서 조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으며, 오는 22일 법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신한지주는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조 회장의 연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LF 피해자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DLF 자율조정 관련 금감원 면담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규모 원금 손실로 파장을 일으킨 DLF 사태의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이 다가왔다. 주요 판매처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임원진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상태다.  

앞서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KEB하나금융 부회장에게 각각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제재 수위가 그대로 확정될지, 은행 측의 적극적인 방어로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최근 차기 우리금융 회장으로 단독 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상태다. 3월 주주총회 전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가 확정되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하나은행 함영주 부회장은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나 내년 말까지 임기가 1년 연장됐다. 함 부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지만 해당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이 올해 경영화두로 ‘비용 효율화’를 내세우며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과 지점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이달 내로 총 85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38개 점포를 정리하고, KEB하나은행도 18개의 점포를 통폐합할 방침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점포 3개, 4개를 통폐합 계획이다.  

효율화에 따른 인건비 절감도 필수적이다. NH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지난해 11월부터 1963년생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퇴직을 받았다. 신청한 직원은 모두 356명으로, 평균 임금의 28개월 치, 20개월 치 등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다. 

KEB하나은행은 1964~1965년에 출생한 일반 직원 총 277명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들에겐 각각 22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 원), 의료비(최대 2000만 원), 재취업·전직 지원금 2000만 원이 지급됐다.

또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일반 직원 92명도 ‘준정년 특별퇴직’ 제도를 통해 회사를 떠났다. 이들도 각각 24∼27개월치 평균임금과 함께 자녀 학자금 등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1964∼1967년생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지난 3일까지 받았다. 이들은 23∼35개월치 특별퇴직금과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최대 2800만 원), 건강검진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964~1965년생 직원을 상대로 ‘전직지원'(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300여 명이 참여했다. 심사를 거쳐 확정된 이들은 오는 31일에 퇴직할 예정이다. 이들은 각각 평균임금의 30개월, 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받게 된다.

신한은행은 노사 간 임금 단체협상을 끝내고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근속 15년 이상에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중 1961년 이후 출생자, 차·과장급 이하 일반직 중 1964년생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이들은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36개월치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신청 기간은 오는 14일까지다.

실제로 은행 창구에서 이뤄지는 대면 업무 처리 비중이 8.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 지점은 2015년 6302개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5686개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자동화기기(ATM)도 같은 기간 4만 5415개에서 3만 7673개로 줄었다. 반면 2015년 처음 등장한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는 지난해 말 133개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224개로 68.4%로 증가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디지털 뱅킹이 전체 금융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FK며 “정부의 정책과 인력 수요에 맞춰 신규채용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희망퇴직을 통해 숨통을 틔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