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출범하며 본격적인 보수 통합의 ‘판’이 깔렸지만 시작부터 통합 논의가 엎어질 위기에 놓였다. 통합의 범위와 협상의 주체 등 다양한 지점에서 보수 진영의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의에서 새로운보수당 위원들의 빈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준 위원장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방송토론회, 지상욱 의원은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의에서 새로운보수당 위원들의 빈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형준 위원장에 따르면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방송토론회, 지상욱 의원은 개인사정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새로운보수당은 자유한국당에 ‘당 대 당’ 통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는 구고히에서 열린 당대표단회의에서 “통합에 필수적인 양당 통합 협의체를 거부하는 것은 통합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죽음의 계곡을 건너며 지켜온 개혁보수의 가치를 총선용 포장지쯤으로 여기고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당장 꿈 깨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하 책임대표는 전날에도 ‘중대 결단’까지 언급하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당 통합협의체 구성 제안에 신속히 응답하라”며 “한국당이 양자 대화에 소극적이라면 한국당을 반통합세력으로 놓고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보수당이 혁통위 중심의 보수통합을 꺼려하는 이유는 혁통위가 강성 보수와 개혁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지향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황 대표는 개혁 보수인 새보수당은 물론 강성 보수인 우리공화당까지 통합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강성 보수와 개혁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간극이 깊숙하다. 새보수당 좌장인 유승민 의원이 지난해 보수 통합 3원칙을 발표할 때 ‘탄핵의 강을 건널 것’이라고 내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새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을 주장하는 또다른 이유는 향후 통합 논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새보수당은 한국당과 1대 1로 통합 논의를 시작하면 그만큼 통합 주도권 싸움에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러나 1대 다 통합 논의로 흘러갈 경우 새보수당의 지분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엄연히 따지면 혁통위는 한국당 원외 보수통합 논의기구다. 그러나 혁통위 출범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통합기구 출범’ 제안 직후 만들어진 만큼, 새보수당에서는 혁통위 자체가 한국당의 입맛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예 새보수당은 박형준 혁통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이 새보수당의 당대당 통합 주장에 대해 “통합 관련 문제는 혁통위 내에서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히자 새보수당은 정당 차원의 정치 행위에 박 위원장이 끼어드는 것은 정치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발끈했다. 지상욱 새보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립적 의무를 지닌 위원장으로서 새보수당의 정치 행위에 대해 왜 가타부타 하는가”라며 “혁통위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혁통위는 새보수당이 보수 통합 논의에서 빠진다고 하더라도 계속 통합 논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17일 혁통위는 새보수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네 번째 회의를 열고 통합 신당의 ‘5대 정책기조’와 ‘10대 과제’에 합의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혁통위 회의 결과에 새보수당이 동의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큰 이견 없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그는 새보수당의 사퇴 요구에 대해 “옥동자를 낳기 위한 진통이라 생각한다”며 “사퇴 여부가 문제라면 대수겠느냐. 국민 눈높이에서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저는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임했고 누굴 유리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며 “이 자리는 범보수 통합을 이뤄달라는 국민이 염원하는 자리다. 지지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 범 중도·보수 통합을 이루면 반드시 정권 심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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