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21대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여야가 ‘설 밥상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온 일가친척이 모이는 설날 밥상은 정치권의 화두가 쏟아지는 민심의 용광로가 되기 마련이다. 여야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약 80여일을 앞두고 공천부터 인재영입, 대표공약 등 총선 레이스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략으로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약점으로 ‘경제적 성과’가 빈번하게 지적된 만큼, 이번 총선을 통해 실력 있는 정부 여당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분위기다. 내놓은 1~3호 공약도 △공공와이파이 확대, △벤처기업 육성, △민생 활력 제고 등으로 ‘민생 활력’이라는 주제의 일관성을 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반(反)문재인’ 전략을 중심으로 현재까지의 정부의 실정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지난해 말 일명 ‘조국 사태’를 지나며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층이 강하게 흔들린 만큼 이 기세를 몰아 총선까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 기조를 이어간다는 것. 강성 보수와 개혁 보수로 분열된 보수진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도 중대한 전략 중 하나다.

인적 쇄신을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민주당은 이미 현역 의원 하위 20% 명단을 작성해 설 이후 당사자에 통보하는 등 ‘시스템 공천’을 위한 물갈이 작업을 마쳤다. 한국당 역시 지역구 국회의원 3분의 1을 컷오프(경선 배제)하고 현역 국회의원 절반을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갈이’ 이후 당을 채울 혁신 인재들도 하나둘 씩 영입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지금까지 공개된 민주당과 한국당의 총선 전략을 비교·분석했다.

물갈이 공천, 민주는 마무리 한국은 시작

일명 ‘물갈이’로 통하는 공천 개혁은 매 총선마다 뜨거운 이슈다. 당의 공천을 받으면 국회의원 선거에 당 이름과 번호를 달고 출마할 수 있게 된다. 현역 의원에게는 자신의 지역구를 새로운 인재에게 내놓아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당내 반발을 사기 쉽고, 그래서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다.

민주당의 경우 이해찬 대표의 ‘시스템 공천’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며 당 세대교체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총선을 위해 현역 의원을 쫒아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스템 하에 능력 있는 후보자들을 공천하겠다는 것.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했지만, 이미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오는 28일 ‘하위 20%’에 선정된 의원 22명에 개별적으로 통보를 내릴 예정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청년·여성·신인 도전자에 당 경선에서 가산점 최대 25%를 부여할 방침이다. 성과가 나지 않은 현역 의원들은 여전히 경선 참여 기회가 있지만, 최대 45%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자연스럽게 공천에서 배제되게 된다. 당내에서는 하위 20% 명단이 ‘살생부’로 통한다.

한국당의 경우 ‘지역구 의원 1/3 컷오프, 현역의원 50% 물갈이’라는 기준을 정해두고 강한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이같은 공천기준을 발표하고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의 모든 권한을 책임지고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공천 컨트롤타워를 맡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도 “죽을 자리를 찾아왔다”며 한국당 경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까지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민경선제는 당원만이 아니라 당원을 포함한 일반 국민에게 후보 공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가 추진하다가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한국당은 대대적인 물갈이 후 ‘젊은 인재’를 적극 등용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한국당은 년에게 최대 50%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장애인과 탈북자, 국가유공자와 공익신고자가 경선에 참여할 때는 3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황교안 대표는 “혁신의 핵심은 공천이다. 국민이 만족할 때까지, 이제는 되었다고 할 때까지 모든 것을 바꾸겠다”면서 “20대에서 40대의 젊은 정치인을 30% 공천해 젊은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당은 컷오프 기준 등만 정해놨을 뿐, 구체적으로 누가 컷오프 대상이 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대 총선 공천 파동이 일어났던 TK지역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현재 TK지역구 의원 중 불출마를 선언한 이는 초선인 정종섭 의원이 전부다. 구체적인 컷오프 명단이 나올 경우 당내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갈이 외에도 민주당은 불출마 현역의원 지역구와 지역위원장 공석인 15곳의 전략공천 지역을 확정했다.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 등 유력한 지역에 당에서 직접 지목한 후보를 ‘하향식’으로 공천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해당 15개 지역을 ‘전략구’로 지정하되, 향후 경선 방식으로 공천을 진행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국당의 또 다른 공천 이슈는 황교안 대표 등 정치 거물들의 험지 출마 요구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대선주자 급 정치 거물은 대구·경북 등 깃발만 꽂으면 이기는 지역이 아닌 수도권 등 험지에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황교안 대표는 구체적인 지역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수도권 출마를 선언했다.

대표공약, 민주는 민생 한국은 반문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그대로 담은 ‘1호 공약’은 총선에서 유권자에 강한 메시지가 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1호 공약으로 ‘공공 와이파이 확대’를 선정했다.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생활밀착형 공약이다.

민주당은 오는 2022년까지 약 578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무료 와이파이 5만3,0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총선 공약 발표식에서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공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해 사회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두 번째 공약은 ‘벤처 4대 강국 실현’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혁신 성장’에 발맞춘 공약으로, △K유니콘 기업 30개 육성 △벤처투자액 연 5조원 달성 △코스닥․코넥스 전용 소득공제 장기투자펀드 신설·스톡옵션 비과세 한도 1억원까지 확대 △업주의 복수 의결권 허용 등 내용이 담겼다.

세 번째 공약은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담겼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어려워진 소상공인을 위해 △지역상품권 발행규모 2배 확대 △소상공인 보증규모 추가 확대 △정책금융기관 지원 확대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컨설팅 확대 등 자생력 강화 등 내용이다.

한국당은 1호 공약으로 △재정 건전화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정책 대전환’을 꼽았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하고 정책 대전환을 통해 다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한국당은 “재정만능주의에 빠진 문재인 정부의 올해 예산은 무려 512조 원”이라며 “채무준칙, 수지준칙, 수입준칙 등 3가지 재정준칙을 도입해 법으로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재인 정부의 재앙적 탈원전 정책은 한전 등 발전 공기업의 천문학적 적자를 비롯하여 미래세대에게 경제적·산업적 부담을 씌우는, 미래로 가는 사다리를 태워버리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폐기를 선언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현 정부 들어 추진된 주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 선택근로제, 재량근로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의 두 번째 공약은 서울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급등한 부동산 가격은 ‘공급 규제’ 때문이라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주택담보대출 기준도 완화해서 대출을 쉽게 풀어주고, 분양가 상한제 폐지·공시지가 상승 막기 등 각종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교육 관련 공약은 ‘조국 사태’를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부분 교육 정책에 반대되는 내용을 공약으로 걸었다. 한국당은 학교 내 정치편향 문제를 지적하며 “학교에서 편향된 정치이념을 교육하는 때는 학생‧학부모가 교육감에 전학을 요청할 수 있는 ‘전학청원권’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폐지정책도 원상회복하고, 다자녀(3자녀 이상) 국가장학금확대 지급, 정시 대폭 확대 등도 약속했다. 또 시·도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 선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네 번째 공약인 소상공인 공약은 △간이과세 기준 현실화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차등 적용 △사회보험성 분야 지원을 통한 소상공인 사회안정망 확충 △시장독점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 방지 등을 발표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반려동물 돌봄 쉼터 지원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동물경찰제 확대 △유기견 입양 시 진료비 20만원 지원 △개 사육농가 폐업지원사업 확대 등 반려동물을을 위한 공약도 냈다.

영입인재, 민주-한국 청년 러브콜

22일 현재까지 민주당이 발표한 영입 인재는 총 11명, 한국당은 6명이다. 이번 총선 영입인재는 사회 다양한 계층이 담겼지만 여당과 야당이 중점적으로 심혈을 기울이는 층은 따로 있다. 바로 청년 인재다.

민주당은 척수장애인인 최혜영 교수(41) 영입을 시작으로 2호 원종건(27) 씨, 3호 김병주(58) 전 육군대장, 4호 소병철(58) 순천대 석좌교수, 5호 오영환(32) 전 소방관, 6호 홍정민(42) 로스토리 대표, 7호 이용우(56) 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8호 이소영(35) 변호사, 9호 최지은(40) 박사, 10호 이탄희(42) 전 판사, 11호 최기일 방위사업학 박사(38)를 차례로 영입해갔다.

이 중 원종건·오영환·이소영·최기일 씨 등 상당수를 30대 청년으로 채웠다. 특히 2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는 만 27세의 최연소 인재다. 원씨는 지난 2005년(당시 13세·초등학교 6학년) MBC 방송프로그램 ‘느낌표’의 ‘눈을 떠요’ 코너에서 시각장애인 어머니와 함께 소개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한국당은 1호 영입 인재부터 청년을 내세웠다. 탈북자 인권운동가 지성호(39) 씨와 ‘체육계 1호 미투’로 유명한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29) 씨다. 2호 영입인사로는 탐험가 남영호 대장(42), 3호 공익제보자 이종헌 씨(45), 4호 김병민 교수(37), 5호 외교안보전문가 신범철 박사(49)를 소개했다. 한국당 역시 5명의 인재 중 지성호·김은희·김병민 씨 등 3명이 청년 인재다.

청년 인재 외에 민주당의 인재 영입 키워드는 ‘적폐 청산’에 초점을 맞췄다. 소병철 교수는 과거 전관예우를 거부한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 출신이고, 이탄희 전 판사는 사법농단을 폭로한 장본인이다. 민주당은 법조 분야 인재를 영입하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안의 후속입법을 위한 전문가를 확보한 셈이다. 김병주 예비역 육군 대장은 지난해 한국당 1호 영입 인사로 논란을 빚었던 박찬주 전 대장과 대비를 이룬다.

한국당은 ‘반문’ 인사가 키워드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앞장서서 활동해온 지성호 씨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을 비판할 인사로 제격이다. 외교안보 전문가 신범철 박사는 ‘문재인 정권 외교분야 블랙리스트 피해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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