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전 세계 확산...정부, 교민 전세기 귀국
아산·진천에 교민 격리...인근 주민 거센 분노
지역민 “지자체·주민한테 한마디라도 했었다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정부가 중국 우한 교민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국가 시설에 격리 수용할 방침을 밝히면서 충청 지역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을 봉쇄하고 있는 주민이 이날 트랙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을 봉쇄하고 있는 주민이 이날 트랙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이날 충남 천안에 거주하는 이(27)모 씨는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에 우한 교민을 격리 수용하겠다는 정부 결정에 대해  <뉴스포스트>에 “왜 충청 지역에 선정됐는지 잘 모르겠다. (해당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라며 “충청도보다 의료시설이 좋거나 공항과 가까운 지역도 많고,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는 천안은 아산과 진천 사이에 있다. 당초 우한 교민들이 격리 수용될 것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앞서 전날인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우한에서 전세기를 통해 국내로 입국하는 교민들이 격리 거주할 임시생활지역을 아산과 진천으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신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등 2개소다. 보건 당국은 ▲의료시설 인접 여부 ▲ 시설의 수용 능력 ▲공항과 시설 간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해 아산과 진천이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 당국의 설명에도 이씨를 비롯한 충청도민들은 정부 방침을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아산과 진천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발표 이후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는 격리 수용을 반대하는 주민 일부가 트랙터 등 농기계로 입구를 봉쇄하기도 했다. 진천 주민들은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날 밤 방문하자 물세례를 하는 등 거세게 분노했다.

이씨에 따르면 주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지 우한 교민들의 격리 수용을 인근 지역에 선정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가 선정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들과도 소통 및 협의가 부족했던 것도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의 일방적인 격리 수용 선정 통보에 대한 분노인 셈이다.

오세현 아산 시장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우한 교민들도 우리 형제자매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건강히 지내다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면서도 “장소 선정에 대한 합리적 기준 제시와 절차적 타당성, 지역과의 협의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 우한 교민 및 아산 시민 안전 담보를 위한 수용시설 운영방안 계획 공개 ▲ 아산 시민들의 소외의식과 지역경제 위축에 대한 피해 복구 방안 제시 ▲ 총리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아산시 및 시민이 논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장 협의채널 운영을 요구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같은 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선정이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대상지 결정과 관련해 어떤 협의와 조율도 거치지 않고 언론으로부터 결정이 정해진 것에 대해 군민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 따르면 송 군수 역시 오 시장과 마찬가지로 협조의 뜻을 밝혔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종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민들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장들까지 반발에 나서자 보건복지부는 오늘인 30일 교민 수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했다. ▲ 1인 1실 운영 ▲ 외부 출입 및 면회 금지 ▲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 및 폐기물 안전 처리 ▲ 매일 2회 건강 상태 확인 ▲ 증상 발생 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 이송 등의 조치가 담겨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보건복지부 등 관계 장관들과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이 함께한 대책 종합점검 회의에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이해한다”며 “정부가 그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세우고 있고, 걱정하시지 않도록 빈틈없이 관리할 것이니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지역 주민 및 기초자치단체와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는 남아있다. 아산에 거주하는 김(29)모 씨는 본지에 “정부가 장소가 적합하다고 말하니 주민들도 이해해야 할 듯 싶다”면서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가 없어 여전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격리 수용 지역 선정 발표 직후에는 반발했지만, 아산시와 진천군은 교민 수용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주민들의 분노는 누그러지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우한 교민들을 태운 전세기는 오늘 밤 출발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모두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당국이 비행기 한 대만 입국을 허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차질이 생겼다. 정부는 우한으로 보낼 전세기 두 대 중 한 대를 오후 9시께에 출발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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