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단 “현재 공사 중인 현장...방음벽 모두 지어진 후에 스티커 협의도 끝날 것”
- 이용득 의원 “유리건축물과 방음벽 증가로 해마다 조류 충돌 증가...대책 필요”
- 전채은 대표 “인간의 시각적 즐거움 위해 새 죽음 방치...당장 스티커 붙여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복선전철 공사 현장에서 새들이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시설공단이 “반대편 방음벽을 마저 세운 뒤 조류 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 공사가 모두 완료되고 협의가 끝날 때까지 방음벽 충돌로 죽은 새들의 사체가 쌓여갈 전망이다.

본지에 제보된 경북 영주의 한 철도공사 현장 사진.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본지에 제보된 경북 영주의 한 철도공사 현장 사진.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31일 <뉴스포스트>에 새들이 경북 영주의 한 철도건설현장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무더기로 죽어 있는 사진 한 장이 제보됐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이후, 꾸준히 새들이 방음벽에 충돌해 죽고 있다.

취재결과 해당 사진 속 위치는 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하고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복선전철 공사 현장으로 확인됐다.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공사에 사용되는 투명 방음벽은 철도시설공단이 현대산업개발 측에 제공한 관급자재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해당 문제를 현장에서 충분히 잘 인지하고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현대산업개발 측과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붙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방음벽은 한쪽만 지어졌기 때문에 반대편까지 지어진 이후에 스티커를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공사 계획단계에서 해당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계획단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도심지이기 때문에 투명 방음벽으로 세웠고, 또 철도시설공단 측에서 일방적으로 현대산업개발에 지금 당장 스티커를 붙이라고 지시하는 것은 ‘갑질’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해명했다.

5x10 규칙이 적용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가 건물 외벽에 부착돼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5x10 규칙이 적용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가 건물 외벽에 부착돼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이에 대해 전채은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없던 도로나 건물을 만드는 것은 동물 생태계를 침범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계획단계부터 환경영향평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금이라도 당장 5x10 규칙을 적용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5x10 규칙이란 국내외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조류 충돌 방지 기법이다. 수평 5cm 이하와 수직 10cm 이하의 무늬를 투명 방음벽에 촘촘하게 붙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조류의 충돌을 최대한 방지하도록 스티커를 붙이는 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도 최근 새가 방음벽에 충돌해 죽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5x10 규칙을 적용한 ‘조류 충돌 방지 테이프’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어 전 대표는 “도심지이기 때문에 투명 방음벽을 사용했다고 하는 철도시설공단의 설명도 단지 인간의 시각적 즐거움을 고려했을 뿐이라고 시인하고 있는 것”이라며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선 투명 방음벽보다 불투명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에 제보된 경북 영주의 한 철도공사 현장 사진.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본지에 제보된 경북 영주의 한 철도공사 현장 사진.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새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철도시설공단의 이와 같은 행태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본지에 “유리건축물과 방음벽의 증가로 조류 충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주요 피해 조류가 법정보호종인 만큼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조류충돌방지법이 통과돼 야생생물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이용득 의원은 조류충돌방지법을 대표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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