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종의 기행문이다.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일까지 방글라데시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활동이었다. 방글라데시는 어렴풋이 ‘행복순위 1위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진 나라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가난하지만 나름의 규칙을 갖고 살아가는 방글라데시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달 27일 자정이 지난 시각,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먼 곳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공항 내에서 자꾸 달라붙는 모기를 쫒으며, 현지에서 어린이 호스텔(기숙학원)를 운영하는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방글라데시의 여행 비자는 현재 거주자의 ‘초청장’이 있어야 발급된다. 기자의 경우 어린이 기숙학원 운영자의 초청장을 받아 방글라데시 땅을 밟았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교통. (사진=김혜선 기자)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교통. (사진=김혜선 기자)

숙소로 이동하며 탄 것은 우버 택시다. 방글라데시에도 택시 회사가 있지만, 도로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적다. 지난해 봉사활동을 왔을 때는 삼륜차인 CNG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당초 방글라데시의 주요 이동수단은 인력 자전거인 ‘릭샤’와 삼륜차 CNG가 전부였지만, 차량공유 서비스가 상륙하면서 CNG는 이용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한다. 기존 교통수단보단 우버 택시가 가격 흥정도 없고,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 실제로 길거리에는 GNG를 거의 확인할 수 없었다.

방글라데시 도로의 또 다른 특징은 ‘신호등’이 없다는 것. 그리고 차선의 의미도 없다. 공항에서 들린 어렴풋한 경적 소리는 방글라데시 도로에서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다. 차선을 바꿀 때도 깜빡이 대신 경적 소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속력을 내서 앞 차의 범퍼까지 바짝 따라붙은 후, 경적을 울리며 차선을 바꾸는 식이다. 워낙 역주행하는 차도 많다보니 차선마다 바리케이트가 쳐 있다.

이 같은 ‘최악의 도로’는 콩나물 시루같이 빽빽한 인구밀도 때문이다. 방글라데시는 국토면적 147,570km²로, 남한 면적의 1.5배 정도 되지만 인구수는 1억 6천만 명을 넘어선다. 수도인 다카는 인구밀도가 더 심하다. 밀집된 공장과 도로 위 빼곡한 자동차들은 방글라데시를 ‘초미세먼지 오염도 1위’ 나라로 만들었다. 국제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다카는 공기질 최악의 도시 2위로 꼽혔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따개비같은 집이 다닥다닥 붙은 마을로 들어서면 이동수단은 ‘릭샤’로 바뀐다. 삼륜 자전거인 릭샤는 정해진 요금 없이 가격을 흥정하며 타야 한다. 앞자리에서 자전거를 끄는 이는 ‘릭샤왈라’라고 부른다. 보통 단거리 요금은 10 타카(한화로 약 150원)에서 20 다카(한화 약 300원)이다. 당연히 외국인에게는 요금의 배를 부르기도 한다.

릭샤는 최대 2인까지 탑승할 수 있다. 혼자 타는 것보다 두 명이서 타면 요금을 더 내야 한다. 알록달록하게 꾸민 릭샤 뒷자리에 앉으면, 곧 릭샤왈라가 목적지를 향해 자전거를 내달린다. 깡마른 체격의 릭샤왈라는 손님 둘을 태우고 거침없이 페달을 밟는다.

무질서해 보이는 릭샤의 질주에도 나름대로 ‘질서’가 있다. 길을 건널 때나 골목길로 돌아설 때, 릭샤왈라는 주위를 확인하고 가는 방향의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뒤에서 따라오던 릭샤나 차는 귀신같이 신호를 알고 속력을 줄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방글라데시 내 교통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다. 지난 2018년에 일어난 대규모의 대학생 시위도 버스가 인도(人道)에 있던 10대 남녀 학생 두 명에 달려들어 숨진 사건 때문에 발생했다. 한 해 동안 방글라데시의 보행자 사망사고는 4천여 명(2017년 기준)에 달한다.

덧붙이면, 버스와 기차 등 공공교통은 정말 ‘현지인’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버스의 경우 제대로 된 정류장을 찾기 힘들고, 버스를 타고 싶은 사람은 지나가는 버스를 잡아서 올라타야 한다. 기차의 경우 우리나라 출퇴근 지하철보다 더 ‘지옥’을 구경할 수 있다. 기차 내 좌석이 꽉 차는 것은 물론, 기차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기차 지붕 위로 올라가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출퇴근을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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