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일종의 기행문이다.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일까지 방글라데시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활동이었다. 방글라데시는 어렴풋이 ‘행복순위 1위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진 나라지만, 실상은 많이 달랐다. 가난하지만 나름의 규칙을 갖고 살아가는 방글라데시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어 펜을 들었다.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선거 기간 동안 방글라데시에 방문하면 골목마다 선거 홍보 포스터가 빨래줄처럼 걸린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도 선거 유세는 우리나라만큼 열띤 분위기다. 밤마다 각 후보의 업적을 자랑하며 춤과 노래가 자정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골목 하나를 돌 때마다 커다란 스피커를 싣고 한 표를 호소하는 선거유세차도 만날 수 있다.

방글라데시 골목에 붙은 지방선거 포스터. (사진=김혜선 기자)
방글라데시 골목에 붙은 지방선거 포스터.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1일 방글라데시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여당 독주’ 선거였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다카에 거주하는 대학생 레아(가명·22세)는 “지방선거에 여당 후보만 나온다”고 말했다. 가랜드처럼 빼곡히 달린 선거 포스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레아는 “골목마다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불법인데, 선거 때문에 저렇게 붙여 놨다”고 덧붙였다.

벵골어가 적힌 포스터에는 지방선거 출마자의 얼굴과 특이한 ‘기호’도 함께 인쇄돼 있다. 주로 파인애플, 수레, 연, 나룻배 등 다양한 그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후보자에 번호를 부여해 해당 번호에 투표를 던지지만, 방글라데시는 문맹률이 높아 ‘그림’으로 기호를 대신한다. 방글라데시 통계청이 발표한 문해도 조사(Literacy Assessment Survey)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문맹률은 61%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방글라데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당 독주 선거를 치러왔다. 지난 2018년 12월 30일에 열린 제1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여당인 아와미연맹(AL)이 298개 선거구(전체 선거구는 300곳) 중 절반을 훌쩍 넘는 287곳을 싹쓸이 했다. 당시 야당인 민족주의당(BNP)이 승리한 선거구는 6∼7석에 불과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포스터마다 아와미연맹의 수장이자 방글라데시 총리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71·여)의 얼굴이 박혀 있는 이유도 여당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하시나 총리는 지난 1996∼2001년 첫 총리직을 수행하고, 2009년 이후부터 3차례나 연임을 해왔다.

방글라데시 선거 유세차. (사진=김혜선 기자)
방글라데시 선거 유세차. (사진=김혜선 기자)

지난 총선의 경우 선거기간 동안 야당 탄압, 유혈 충돌, 부정선거 의혹 등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총선이 지난 1월에도 방글라데시는 야당의 반발로 인해 시끄러웠다. 이에 암묵적으로 관용시위도 이뤄진다고 한다. 지난해 1월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인 다카대학교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교내에서는 수십 명의 대학생이 아와미연맹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대학생은 기자에게 “관용 시위”라고 속삭였다.

한편, 선거 당일인 2월 1일은 방글라데시 전역에서 차량이 통제됐다. 기자는 31일 자정 비행기로 귀국했기 때문에 별다른 제재 없이 돌아올 수 있었다. 선거 당일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이들은 차량 통제가 시작되는 오전 9시까지 황급히 공항에 도착했어야 했다.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방글라데시 도로가 선거를 위해 일시 통제되는 아이러니에 입맛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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