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한민국의 뜨거운 교육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OECD 가입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학생들의 공부 시간은 월등하게 길다. 입시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고3 수험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한창 뛰놀 나이인 초등학생들도 학업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공부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유튜브 동영상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명 ‘공시생’이나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등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물론 일반 대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자습하는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리고 있다.

그중 초등학생들의 동영상들이 특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속 촬영 하면서 정상 속도보다 빨리 돌려 보여주는 ‘타임랩스(Time Lapse)’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이들은 시간을 정해두고 실제 공부 시간만 측정해 동영상을 편집한다. 동영상에서 초등학생들은 평균 7~8시간을 자습에 쏟는다. 일부는 하루 24시간 중 무려 20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기도 했다.

성인들에게도 버거운 공부량을 어린 초등학생이 감당하는 모습에 누리꾼들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말 존경한다. 공부 자극을 받고 간다”, “하루 3시간 공부하기도 어려운데, 20시간이라니 너무 대단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벌써 이렇게 공부하면 나중에는 슬럼프에 빠진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챙겨야 한다” 등의 우려도 섞여 있다.

초등학생들의 타임랩스 동영상을 살펴보면 강제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타의에 의해 억지로 장시간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공부 의욕을 다지기 위해 동영상 촬영을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과열된 교육열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OECD 가입국에서 한국은 교육열이 유독 높은 나라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은 ‘읽기’와 ‘수학’, ‘과학’에서 OECD 회원국들의 평균을 넘었다. 37개 회원국 중에서 읽기는 최고 2위에서 최저 7위, 수학 1~4위, 과학 3~5위로 모든 영역에서 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반비례했다. ‘전혀 만족하지 않음(0점)’부터 ‘완벽히 만족함(10점)’까지 놓고 응답한 값의 평균값을 낸 결과 한국 학생들은 6.36점으로 OECD 평균(7.04점)보다 낮았다.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면 시간을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나타낸 그래프. (표=KOSTAT 통계플러스 2019년 겨울호 캡처)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수면 시간을 지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나타낸 그래프. (표=KOSTAT 통계플러스 2019년 겨울호 캡처)

한국 학생들의 낮은 삶의 만족도는 통계청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KOSTAT 통계플러스 2019년 겨울호’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동·청소년 약 3만 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8%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하거나 자주 한다”고 답했다. 극단적인 생각하게 된 이유 1위는 중학생과 고등학생 각각 34%와 39.7%가 학업 문제를 꼽았다. 아동·청소년의 삶의 만족도 역시 OECD 27개 국가 중 꼴찌였다.

초등학생의 경우 중학생과 고등학생보다 상황이 비교적 양호하다. 수면 시간은 초등학생이 8.7시간으로 중학생 7.4시간, 고등학생 6.1시간보다 길다.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는 아동·청소년도 저학년일수록 비율이 높다. 초등학생은 91.2%지만, 고등학생은 큰 폭으로 떨어져 65.1%다. ‘학교에 가는 게 즐겁다’고 대답한 연령대도 초등학생이 85.2%로 가장 높다. 중학생은 77.2%, 고등학생은 69.3%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삶의 질이 저하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초등학생 사이에서 장시간 공부 열풍이 불면서 이마저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장시간 공부하는 모습이 담긴 타임슬랩 동영상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장 삶을 비관하고 있는 상황. 대한민국 아동·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더욱 이른 연령대부터 떨어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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