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重·대우조선해양 노조 “고용 안정성 우려...합병은 재벌 배 불리기 수단”
- 박상인 교수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물적분할 통해 세습 용이한 구조조정”
- 대우조선해양 “노조 우려 잘 알아...조속한 결론으로 경영 불안정성 없애야”
- 日, 국토교통성·공정취인위원회 양동작전으로 합병 독점부각·상계관세압박
- 中·日·EU 등 6개국 기업결합 심사 ‘한 곳만 통과 안 돼도 합병 철회’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시계제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양사의 합병에 대한 EU의 기업결합 정밀심사 일정이 예정보다 늦춰진 데다, 일본이 한국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금융 지원 등이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며 WTO에 2차 제소를 하면서다. 여기에 합병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을 우려하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반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뉴스포스트>가 우리나라 조선업 빅2의 합병을 둘러싼 이슈를 정리해봤다.

2019년 5월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9년 5월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주주총회장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U·싱가포르·일본 등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걸림돌 산적

한국조선해양은 우리나라 정부를 포함해 6개국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상황이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 이외에서 행해지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자국법을 역외적용해 심사를 하고 있다. 합병으로 인한 독점을 방지해 경쟁이 제한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EU,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의 나라가 자국의 독점금지법을 역외적용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가운데 합병으로 개별 국가가 자국 시장의 경쟁 제한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할 만한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EU △일본 등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한국을 포함한 6개 국가 중 한 곳이라도 합병을 반대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 2014년 중국 상무부는 세계 3대 해운사인 머스크과 MSC, CMA-CGM 등이 추진한 ‘P3네트워크’ 기업결합이 해운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기업결합 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독점법을 어겼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P3네트워크 기업결합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까지 현대중공업의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카자흐스탄뿐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10월 양사의 합병을 승인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현대중공업이 카자흐스탄에서 하는 사업이 없었고, 대우조선해양만 사업을 진행해 이른 승인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EU와 싱가포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조선업의 경쟁을 제한해 혁신을 가로막고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1차 일반심사에서 보류 결정을 내렸다. EU는 지난해 12월 17일, 싱가포르는 지난해 11월 29일 2차 정밀심사에 돌입해 현재 심사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심사 결과 발표 예정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오는 5월 7일로 예정됐던 EU의 2차 심사 결과 발표일도 한 달 정도 미뤄진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지난해 9월 4일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한 일본은 아직 1차 심사 결과도 내놓지 않았다. 이 와중에 일본은 지난달 31일 WTO에 우리나라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금융 지원을 놓고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양자 협의를 요청했다. 지난 2018년 WTO에 우리나라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지 1년 만이다.

WTO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일본의 2차 제소 내용에 따르면, 일본은 △ 조선업 지원을 위한 기업 구조조정 정책 △조선 업체가 발주한 상업용 선박 주문에 대한 금융 보증 및 기타 보험 △선적 전 융자와 한국 조선소가 발주 한 상업용 선박 주문에 대한 기타 금융 △친환경 선박 교체 보조금 △기타 한국의 상업용 선박 구매 지원 등에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해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1년 만에 재개된 일본의 WTO 제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딴지를 걸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이유로 상계관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제스처와 함께, 양사의 합병 이면에 한국 정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독점 이미지를 부각하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WTO 보조금 협정 협의와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관련이 없다”며 “일본 국토교통성이 WTO에 보조금 협정 위반을 제기한 것이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노조 “고용 불안정성·구조조정 우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양사의 합병 추진 초기부터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에 따르는 구조조정이 고용 안정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양사 노조는 여기에 합병 이면에 현대중공업그룹의 3세 경영 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한 꼼수가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한국의 빅2가 결합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업이 겹치는 부분이 생겨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며 “생산직에서는 특선과 해양, 상선 부분이 상당히 많이 겹치는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선 분야의 경우 현재는 대우조선해양이 조금 더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진다”며 “당장 합병하면 영업과 설계, 연구개발 분야가 일원화되는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현대중공업 AS 물량에 대우조선해양 AS 물량까지 일감이 배로 늘어나게 된다”며 “이런 부분들이 정기선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고 한국조선해양 중간지주사 설립을 통해 3세 경영승계나 재벌총수들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양사 합병에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하는 것은 자본 논리로는 재벌 배 불리기이고, 경쟁 자체를 없애 우리나라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며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경남 남해안 벨트 지역 경제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조선업의 경우 10년을 주기로 경기가 상승과 하강 곡선을 그리는데, 지금 STX와 성동 등 중소 사업장은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하향 곡면에서 경영 간섭이나 수주 물량에 대해 간섭하게 되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대우조선해양은 껍데기만 남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 한국조선해양 “구조조정 우려 없다”...대우조선해양 “우려 잘 알아...조속한 결정 기대”

노조의 지적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고용 안정성에 대한 지적은 대우조선해양 노조에서만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현대중공업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구조조정 우려를 반박했다.

이어 합병이 3세 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조선해양 중간지주사 설립으로 지분에 변동이 없기 때문에 3세 경영 체제 강화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우조선해양과 합병을 핑계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미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통해 세습에 용이한 구조조정을 했다”며 “결과적으로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더라도 세습에 큰 영향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는 인수되는 쪽이기 때문에 기업결합 심사에서 전혀 권한이 없다”며 “고용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노조의 입장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병이 돼도 별도 자회사로 존재하게 돼 입찰 등도 개별적으로 참가하니 수주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합병이 되든 되지 않든 조속히 결정이 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 참고자료
Agreement on Subsidies and Countervailing Measures, WTO, https://www.wto.org/english/docs_e/legal_e/24-scm_01_e.htm.
Korea - Measures Affecting Trade in Commercial Vessels (second complaint) (Japan) - Request for consultations by Japan, WTO, https://docs.wto.org/dol2fe/Pages/FE_Search/FE_S_S009-DP.aspx?language=E&CatalogueIdList=261089&CurrentCatalogueIdIndex=0&FullTextHash=&HasEnglishRecord=True&HasFrenchRecord=True&HasSpanishRecord=True.
장승화 (2019). 공공기관 지정 및 운영과 WTO 보조금협정. 통상법률(142), 10-41.
천희동 (2018). 국내 조선산업 보조금 지급의 적정성과 위법가능성에 대한 연구, 부산대학교 경제통상대학원.
최혜선 (2017). 보조금협정상 금지보조금에 대한 WTO 패널 및 항소기구 결정례 분석. 법학논총, 37(4), 28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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