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노무자 등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한 사진과 부대 인사명령지 등 확실한 입증자료가 있는데도 국방부가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참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12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는 한국 전쟁 당시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103노무사단에 근무한 A씨의 참전 사진과 부대 인사명령지 등 객관적인 입증자료가 있다면 진술에 앞서 참전 사실을 인정할 것을 국방부에 시정 권고 했다.

A씨는 한국 전쟁 당시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103노무사단과 논산훈련소 등에서 근무한 사실을 2017년 3월 국방부에 알렸지만 ‘非군인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한 바 있다. 103노무사단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 보급을 위해 노무자 등 비군인으로 구성된 부대였다. 이후 A씨는 103노무사단 근무 때 찍었던 사진들과 육군본부에서 발급받은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부대 전속·제적 명령지를 국방부에 제출했지만, 진술이 기록과 다르다며 또다시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

국방부는 육군예비학교 졸업 후 논산훈련소로 배치됐다는 A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고, 당시 군산의 제1보충연대에 전속된 것으로 기록된 부대 인사명령지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참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A씨가 국방부에 제출한 인사명령지 등 군 기록, 부대 근무 시 찍은 사진들, A씨와 인우보증인들의 면담 등을 토대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인사명령지에는 A씨와 한자까지 동일한 이름의 계급·군번·소속이 명시돼 있었으며 ‘육군 소위 A는 제1보충연대로, B는 제2훈련소로 전속’이라는 103노무사단장의 인사명령이 기록돼 있었다.

다른 인사명령지에는 ‘육군 소위 A, 제103사단 113연대, 공군사관학교 입교를 이유로 제적’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또 국방부의 비군인 참전 업무 담당 부서가 지난해 6월 국방부 소속 과학수사연구소에 당시 A씨의 사진을 감정 의뢰한 결과 부대에서 찍은 사진과 나이대별 사진 속 인물이 상호 유사 인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국방부는 사진 속 인물이 유사하다고 했을 뿐 동일인이라고 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가 A씨를 포함한 보증인들의 면담 결과 A씨는 103노무사단 소속으로 양구에 배치돼 탄약·물자 등을 운반하고 시설을 설치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는 진술과 공통된 목격담을 확인했다. 

아울러 국방부 소속 군사편찬연구소의 자문도 받았다. 연구소는 “103노무사단은 전쟁물자 및 시설보급 등 정규군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으로 예비사관학교 졸업자들은 정규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103노무사단에 배치됐다는 사실과 통상 병적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A씨의 이름이 기재된 인사명령지가 있다는 것은 참전여부 확인에 결정적 단서가 된다는 진술을 받았다.

국민권익위는 ▲ A씨 이름(한자 동일)이 기재된 소속 인사명령지가 있는 점 ▲ 과학수사연구소가 사진 속 인물과 A씨 간 상호 유사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 ▲ A씨와 인우보증인들의 증언이 일치하는 점 ▲ 인사명령지 상의 A씨가 동명이인이라고 볼 만한 입증자료가 없는 점 ▲ ‘참전업무 처리 훈령’도 인사명령지, 사진 등 객관적 입증자료를 진술보다 참전 인정에 우선하는 자료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참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국방부에 재심의 할 것을 시정 권고 했다.

국민권익위 권근상 고충처리국장은 “6·25전쟁 당시 비정규군으로 참전한 사실이 국민권익위의 조사로 뒤늦게나마 확인돼 다행”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했지만 참전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억울함이 없도록 정부는 세세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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