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한국명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 아시아인들을 혐오하는 이른바 인종 차별 논란이 확산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축구선수 델레 알리. (사진=AP/뉴시스)
영국의 축구선수 델레 알리. (사진=AP/뉴시스)

지난 11일(한국 시간)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 매체는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영국의 유명 축구선수 델레 알리의 인종 차별 행위와 관련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확산한 사태를 두고 동양인을 비하해 물의를 일으켰다.

앞서 알리는 이달 9일 영국 런든 히드로 공항에서 한 동양인을 몰래 촬영해 자신의 SNS에 게재한 바 있다. 그는 “바이러스 균이 나를 잡는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해당 동양인을 조롱했다. 타인을 몰래 촬영한 것도 모자라 동양인을 전염병에 빗댄 인종차별 발언까지 한 것이다. 문제가 커지자 알리는 “동영상을 올린 것을 후회한다”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파악하고 삭제했다”고 사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두고 인종 차별을 하는 경우는 비단 알리의 사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동양인 혐오 바이러스가 들끓고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의 증언이다.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는 이달 3일 한 프랑스 교민이 “성숙한 시민들도 많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동양인들을 마치 바이러스 보유자인 것처럼 피하거나 멀리 떨어져 앉아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유럽의 인종차별 사례는 외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차이나타운이 있는 맨체스터에서는 중국계 아동에 가해진 인종차별 신고가 최근 몇 주간 수십 건이나 접수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현지 어린이들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침을 뱉는 사건도 발생했다. 또 독일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인 여성 2명이 현지 여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네덜란드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중국인과 이들의 식습관을 비하하는 노래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종차별은 유럽에서 중국인들만 당한 게 아니다. 호주에서는 한국계 여학생이 현지 학교 기숙사에서 퇴거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현지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해당 학생이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2주간 자가 격리를 위해 학교 당국으로부터 퇴거 요청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하지 않은 시기에 우한시가 아닌 지역을 방문했는데도, 아시아인이란 이유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이다. 해당 학생은 이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전 세계에서 아시아인 인종차별이 확산하자 온라인상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 거주하는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바이러스가아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계 캐시 트란은 지난달 말 “바이러스를 인종차별을 위한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며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인종차별 확산을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달 초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중국과 영향을 받은 모든 나라에 강력한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희생자와 무고한 자들에 대한 낙인찍기를 막기 위해 강한 관심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엔 차원에서 동양인을 바이러스의 숙주로 보는 인종차별 행태에 대해 지적하고 연대와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잠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2일 기준 추가 확진자 없이 28명의 확진 환자만 있다. 4,054명이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고, 922명의 검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정직 한국 명칭을 ‘코로나-19’라고 명명했다. 발생지의 명칭을 딴 ‘우한 폐렴’이란 별칭은 사실상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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