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온기운] 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고용동향 지표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취업자 수가 56만 8000명 늘어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각종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으며 고용 회복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우는 고용 회복 흐름 강화의 배경에는 60세 이상 연령층의 증가폭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인 50만 7000명으로 취업자수 증가의 89.3%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생산가능인구의 범주에 포함시키지도 않는 65세 이상 증가폭이 32만 7000명으로 1989년 이후 가장 크게 나타난 점은 취업자수 증가 내용이 질적으로 불량한 ‘빛좋은 개살구’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60세 이상은 통상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조만간 은퇴를 앞둔 세대들이다. 고령자들의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기업 현장의 노동 수요가 늘어서라기 보다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자리를 만든 결과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령자들의 지하철역 교통정리나 마을 청소 같은 것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임시방편적인 일자리들이다. 통계상 매월 15일이 속한 1주일 동안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가 돈을 들이면 아르바이트성 단기 일자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령층 취업자 수가 유난히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들어 고령자 취업자 수가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는 과거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5년전인 2015년 1월에는 취업자 수 증가중 60대 이상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50.1%를 차지했고, 10년전인 2010년 1월에는 60대 이상의 취업자 수가 되레 10만 5000명 감소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이후 경제가 장기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다는 것은 정부가 국민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 수 늘리기에 급급한 결과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산업현장에서 왕성하게 일을 해야 할 30대 후반과 40대 전반의 취업자수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 1월 이 연령층에 해당하는 취업자수는 12만 3000명 줄었다. 일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가적 낭비다. 사실상 실업자이지만 통계상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바로 ‘쉬었음’ 인구다. 1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9.1%(19만5000명) 늘어난 233만6000명에 달했다. 연령 계층별로는 40대가 2만5000명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고, 50대도 4만4000명 증가했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일을 하지않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인 15~29세에서도 쉬는 인구가 38만명을 넘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부는 더 이상 취업자수 증가 ‘숫자놀음’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 결과는 결국 불량한 일자리 양산과 국가재정 악화뿐이다. 정부가 국민 혈세에 의존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일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오래가지 못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어느 간담회 자리에서 “기업은 투자의 기회만 있으면 투자하며, 남의 기업 인재를 빼앗아서라도 고용을 늘린다”고 밝혔다. 이것이 기업의 생리다. 기업이 신바람 나서 뛰게 하면 자연스럽게 성장률도 올라가고 고용도 늘어난다.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부터 혁파하고 기업을 옥죄고 감시하기보다는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지원해주는 일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역대 정부는 ‘전봇대 뽑기’, ‘손톱밑 가시 제거’, ‘규제 샌드박스’라는 표현 등으로 한결같이 규제개혁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적은 거의 없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설비투자의 장기 감소세와 기업의 해외탈출 러시에 나타나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발등의 불인데 선거철 앞두고 세대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65세 고용연장과 같은 달콤한 말만 앞세우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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