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 감염증이 국내를 아비규환으로 만들면서 중국인들에 대한 불신 정서가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들이 적은 보험료를 내고 양질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무임승차로 가뜩이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논리가 덩달아 퍼지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음식점 출입문에 '중국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중국인 등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조건 철저하게 강화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2012년에서 2017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며 “전문가들은 이들 상당수가 건강보험 혜택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건보 무임승차자’인 것으로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유발한 재정 적자가) 2,050억 원인데, 현재는 얼마인가”라고 물으며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 가입 조건 강화를 촉구했다.

코로나 19 확진 중국인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해주지 말라는 내용의 청원도 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선진 의료기술과 제도는 국민에게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 것이니 국민의 편의와 혜택이 외국인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 공단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직한 외국인들이 아닌 (건강보험 혜택만 누리려는) 외국인들까지 왜 우리 국민들이 지원을 해줘야 하냐”고 반문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 제도에 대한 불신이 담긴 청원은 더 있었다. 청원들의 주장과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있다. 특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 19가 국내를 초긴장 상황에 빠트리면서 중국인에 대한 불만이 여타 외국인에 비해 더욱 강했다. 실제로 청원들의 세부 내용에는 중국인관련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론의 우려대로 중국인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말은 정말 사실일까.

외국인 건강보험, 흑자가 많아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년 외국인 국적별 건강보험 급여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체 외국인 진료에 대한 공단 부담금 총액은 약 1조 9,843억 원이다. 이 중 중국인에 대한 부담금 총액은 약 1조 4,058억 원으로 7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2017년 중국인 부담금은 약 4,003억 원, 2018년 약 4,870억 원, 2019년 약 5,184억 원이다. 자료를 살펴보면 외국인 중 중국인의 건강보험 지출이 가장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외국인 포함 총급여비 지출과 비교해보면 중국인 지출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18년 건강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그해 보험급여비 총액은 63조 1,683억 원이다. 같은 해 중국인 급여비 총액은 약 4,870억 원. 중국인에 지출된 급여비는 전체의 약 0.77%를 차지한다. 2018년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1,778억 원. 중국인들의 치료비 때문에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공단이 <뉴스포스트>에 보낸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건강보험에 가입한 외국인은 94만 6,754명(재외국민 포함)이다. 직장가입자가 64만 7,057명, 지역가입자가 29만 9,688명이다. 이들이 같은 해 지출한 보험료는 1조 113억 원이다. 외국인 가입자 1명당 연간 보험료는 약 106만 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반면 이들이 건강보험에서 받은 보험급여비는 7,767억 원으로 1명당 약 82만 원의 급여 혜택을 받았다.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혜택을 덜 받은 것이다.

이중 중국인의 건강보험료 납입 금액은 얼마일까.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통계는 있지만, 중국인만 따로 빼서 통계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 가입자는 중국인과 한국계 중국인 등 중국인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중국인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통계는 없지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 대부분은 중국인이라는 설명이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중국인들이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다는 여론의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적은 금액을 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이른바 ‘먹튀’ 사례가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의 대다수는 직장가입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국인 직장 가입자들도 건강보험료 내지만 병원에 잘 안 가는 경우가 많지 않냐. 외국인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외국인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라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표=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표=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지역가입자 규제 강화

다만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히 적자를 냈다. 2015년 1,353억 원, 2016년 1,773억 원, 2017년 2,051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외국인 직장 가입자가 동기간 흑자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직장 가입자의 경우 2015년 3,841억 원, 2016년 3,886억 원, 2017년 4,541억 원의 흑자가 발생했다. 이를 합산하면 한 해 평균 2천억 원 이상의 흑자가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로부터 나온다.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2018년 역시 2,346억 원의 흑자가 발생했다.

지역가입자 건강보험의 경우 적자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자 정부도 손을 썼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국내 체류 최소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고, 2020년부터는 월 11만 1,640원의 최저 보험료를 부과한다. 세대 인정 범위도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했다.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를 최저 1만 3,980원 부과하고, 세대 범위를 배우자와 자녀 외에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까지 인정하는 내국인 대우와는 다르다. 또한 보험료를 1회 체납 시 건강보험 급여 이용을 제한하고, 1개월 이상 국외 체류 시 건강보험 자격을 상실한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은 2019년 연간 2조 8,2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8년보다 수입과 지출이 모두 증가했으나 수입 증가(9.6%)보다 지출증가(13.8%) 규모가 더 커 적자 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수입은 ▲ 보험료율 인상 ▲ 가입자 수 ▲ 정부 지원 예산이 확대 등으로 총 5조 9,484억 원 증가한 반면 지출은 ▲ 인구 고령화 ▲ 만성·중증질환 진료 증가 ▲ 신규 보험 급여 확대 등에 따른 요양급여비 증가 ▲ 2030세대 건강검진 확대에 따른 검진비 증가 등으로 총 8조 5,949억 원이 증가했다고 건강보험공단은 전했다.

검증 결과

전혀 사실 아님

참고자료

1.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터뷰

2. 표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 수 증감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3. 표 <외국인 등 건강보험 보험재정 수지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4.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5. 2018년 건강보험통계연보
http://www.hira.or.kr/bbsDummy.do?pgmid=HIRAA020045020000&brdScnBltNo=4&brdBltNo=2311&pageIndex=1#none

6. 2017~2019년 외국인 국적별 건강보험 급여 현황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실

7. 보건복지부 보도 해명자료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4&page=1&CONT_SEQ=352607

8.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자료
https://www.nhis.or.kr/menu/retriveMenuSet.xx?menuId=D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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