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전파자’ 31번, 접촉자 15명 ‘양성’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 20명이 추가돼 코로나19가 ‘지역전파’라는 새로운 분기점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이날 추가 감염자 중 15명이 31번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슈퍼전파자’에 대한 공포까지 더해지고 있다.

(사진=김혜선 기자)
(사진=김혜선 기자)

이미 의료계에서는 지역전파에 대한 우려를 정부에 전달해왔다. 지난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제6차 담화문을 내고 “최근 보고된 29번째와 30번째, 그리고 31번째 환자의 경우, 감염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전형적인 지역사회감염의 사례로 의심된다”며 “1주일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거나 추정되는 지역으로 우리나라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경로는 29번 환자 전후로 나뉜다. 1번부터 28번 환자까지는 중국 등 제3국에서 감염됐거나, 감염자 접촉을 통한 2,3차 감염자가 전부였다. 그러나 29, 30, 31번 환자는 외국에 다녀온 적도 없고 어디에서 감염이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지역감염’ 의심 사례는 이날 서울 성동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40번째 환자(남성·77)가 나타나면서 더욱 늘었다.

‘슈퍼전파자’ 31번, 접촉자 15명 ‘양성’

문제는 이 같은 ‘불특정 감염자’들이 수많은 2차 감염자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 실제로 31번 환자(여성·61)는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두 차례나 권유했는데도 해외여행 이력이나 확진자 접촉이 없었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31번 환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미룬 사이 자신이 입원한 병원은 물론 신천지 교회와 호텔, 뷔페식당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누비고 다녔다. 지난 7일부터 오한 등 증상이 발현된 31번 환자는 자차를 이용해 대구 수성구 소재 의료기관(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했고, 열흘이 지난 17일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돼 국가지정병상인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31번 환자는 이 기간 동안 대구에 위치한 신천지 교회(다대오지파) 예배에 참석하거나 대구 동구에 위치한 퀸벨호텔에 방문하기도 했다.

19일 현재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신규 확진자는 모두 15명. 이 중 14명은 31번 환자와 같은 신천지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고, 1명은 병원 내 접촉자(새로난한방병원 직원)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대구·경북에서만 18명이 나왔다.

결국 31번 환자는 ‘불특정 감염자’가 일명 ‘슈퍼전파자’로 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에 대해 김대하 의사협회 홍보이사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31번 환자는 기존 환자들과 역학 연결고리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분이 대구 지역을 많이 다니셨는데, 그 동선이 광범위하게 감염원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역학조사를 통해 31번 환자의 접촉력을 파악해도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시각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임상 결과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아직까지 코로나19는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알려졌지만, 가벼운 감기처럼 증상이 지나가거나 ‘무증상’ 감염자 사례도 나오는 상황. 김 이사는 “(일반적인 코로나19 증상처럼) 폐렴까지 가지 않고 상기도감염 증상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 분명히 그런 식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되거나 넘어갔던 일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감역망’에서 빠져나간 무증상 환자나 경증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새 바이러스를 다른 곳에 전파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이사는 “보건 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가장 큰 위험요소인 중국에서 추세가 중요하다. 의협에서는 지속적으로 중국 국적자의 입국 제한을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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