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허용 “실질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한정적” 
은행권 면책제도…금전 손실 책임은 누가?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코로나19 피해가 직장폐쇄로까지 이어진 가운데, 보안이 생명인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전자금융 감독규정상 회사 밖에서는 인터넷으로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필수 인력에 한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지만 업계에서는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직장폐쇄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경우 이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 (사진=뉴시스)

정부에서는 메르스나 코로나19 등과 같은 감염병의 경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의심자를 감시하거나 격리시키는 등의 검역조치를 하고, 감염병 병원체에 오염된 장소를 폐쇄하는 등의 방역조치를 우선시 하고 있다. 

GS홈쇼핑은 본사 직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20번)로 확인돼 지난 6일부터 3일간 직장폐쇄 조치를 취했다. 이 기간 동안 약 1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직장폐쇄는 제조나 서비스 회사의 직장 폐쇄와는 그 영향력을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망 분리를 엄격하게 적용받는 금융회사들이 비상시 필수 인력에 한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씨티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비조치 의견서를 회신했다. 이들 금융회사가 코로나19 확산과 직원 자택 격리 등에 따른 업무 중단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가 가능한지를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비조치 의견서는 특정한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따로 조치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허용 의견으로, 이 경우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는 뜻이다.

전자금융 감독규정을 보면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는 내부 통신망과 연결된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외부 통신망과 분리·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감염병 같은 질병 때문에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인력이 줄거나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높으면 원격 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 대체 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필수 인력만 재택근무를 허용해야 하고, 비상 대책 등을 지키도록 했다. 또한 상황이 종료되면 재택근무를 곧바로 중단하고, 정보 보안부서는 원격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무를 집에서까지 할 수 있게 하려면 굉장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라면서 “비슷한 예로 일부 은행권에서 직장 외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스마트 워킹 센터를 마련했지만 이용한 직원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엄청난 내부 통제가 필요하다”라면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제한돼 있어 실질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꺼낸 은행권 면책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 코로나19 관련 면책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과정에서 불법만 없다면 대출상환 등의 문제가 생기더라도 은행 창구 직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

앞서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면책제도가 마련된 바 있지만, 당시에도 구체적인 안이 내려오지 않아 은행들의 여신 취급 결정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세한 범위와 내용을 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제대로 꾸려진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면책제도도 마찬가지로 실무 부서에 구체적인 지시 사안이 내려오지 않아 은행권에서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면책을 통해 금전적으로 입은 손실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해당 금융사의 몫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생명인데, 면책으로 인해 연체율이 올라간다면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아무리 면책을 해준다고 해도 은행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하는 입장에서는 조금 편할 수는 있지만, 시스템이 그렇게 열리기까지 고민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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