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어야 한다”

지난 달 1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최근 롯데의 경영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지난해 그룹의 양대 축은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 자리에 모인 대표이사들에게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그룹 제공)

신 회장의 당부는 한 달 여 만에 롯데쇼핑의 ‘2020 운영 전략’을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오프라인 유통업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점포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 이에 전체의 약 30%의 점포가 폐점할 예정이다.

197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만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 이에 롯데 측은 정리해고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믿을 수 없다’며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유통공룡 흔들리나

지난해 롯데쇼핑의 실적은 쇼크였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한 17조6328억 원이었으면 영업이익은 28.3%나 줄어든 427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853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백화점을 제외한 할인점(마트), 슈퍼 등 다른 사업부문의 실적이 부진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 6조3306억 원을 기록했지만 2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4분기에는 22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10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온라인 유통 업체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오프라인 매장에는 발길이 끊어졌고 실적 하락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해 초부터 온라인에 대항하기 위해 ‘초저가 전략’ 카드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롯데마트 월드타워점 입구. (사진=홍여정 기자)
롯데월드몰 입구. (사진=홍여정 기자)

이에 롯데쇼핑은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비효율 점포 정리를 골자로 하는 ‘2020 운영 전략’을 내 논 것. 롯데쇼핑은 앞으로 3~5년간 롯데쇼핑의 718개 점포 중 30%에 해당하는 점포 200여 개를 폐점한다. 현재 롯데쇼핑 점포는 △백화점·아웃렛 51개 △마트 124개 △슈퍼 412개 △롭스 131개 등이다.

아직 폐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을 발표한 만큼 사업별 실적에 따라 점포정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유통업계에서는 1순위로 할인점과 슈퍼에 대규모 폐점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 등 온라인 업체의 성장으로 제일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 폐점 규모는 △백화점·아웃렛 5개 이상 △마트 50개 이상 △슈퍼 70개 이상 △롭스 20개 이상 등으로 예측하고 있다.

폐점 결정에…노조 “전면투쟁 할 것”

한편 이번 롯데쇼핑의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안에 대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은 직영직원들만이 아닌 협력업체와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까지 닥친 재앙”이라며 전면적 투쟁을 예고했다.

한 점포당 300~5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여 개의 점포가 없어진다면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직할 것이라는 것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 김영주 위원장은 “회사는 우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엄청난 일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력 재배치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들은 아마 한명도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희망퇴직 등 사실상의 해고 수순으로 가지 않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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