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 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강응선] 우리가 흔히 ‘반전’이니, ‘일파만파’라는 표현들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작년 12월에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해 중국 내에서 창궐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중국의 위생과 방역수준이 저 수준밖에 되지 않는가’ 라고 강건너 불 보듯이 했고, 올해 2월 초에 이웃 일본에서 대형 크루즈선 프린세스 호에서 대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방역체계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두 나라에 비해 상대적 자긍심마저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주일 사이에 180도 사정이 바뀌어 2월 18일 31명에 불과하던 코로나 확진자가 26일엔 1,146명에 이르렀으니, 즉 불과 1주일 사이에 두 자리 숫자에 그쳤던 확진자가 이미 네 자리가 됐으니 이런 폭증 현상이야말로 ‘반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드라마라면 재미라도 있겠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생긴 일이니 불안과 공포를 넘어 비극에 가까운 수준이다. 급기야는 확진자 숫자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제2위 국가의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물론이고 세계 20여개국에서 우리 국민의 입국거절 대우를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불과 1주일 사이의 창피한 ‘반전’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이를 제대로 분석해야만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사태 확산을 막을 수 있겠고, 더 나아가 차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유사사태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게끔 교훈으로 삼기 위해 필요하다.

원래 이런 유형의 전염병 퇴치를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의 3자가 함께 힘을 합치는 게 필수조건이다. 이 3자 중 어느 하나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는 역할이 없겠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고 대응함에 있어서 의료계와 국민 개개인의 올바른 동참을 이끌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적시에, 정확한 판단을 해줘야 하는 게 선행되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경우 정부가 초기에 너무도 안이하게 판단을 하고 그에 따라 늑장 대응을 하는 바람에 확진자 수가 불과 1주일 사이에 백배 이상 증가해 버린 ‘일파만파’ 현상을 야기한 것이다. 2003년에 사스, 2015년에 메르스 사태를 겪고서도 실패에서 올바른 경험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아버린 셈이다.

무엇이 정부로 하여금 사태의 추이를 안이하게 판단하게 하고, 적시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놓치게 했을까? 한마디로 정부, 즉 공직사회의 안이(安易)함과 소극(消極)성에 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정부의 일 중에서 어떤 일은 좀더 신중히 봐야 하고 그러러면 시간을 두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코로나 같은 초유의 대형 전염병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필수적이다. 그것도 바로 이웃 중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건 정부의 실책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하다못해 국내 의료전문가들이 건의한 대로 초기 대응(중국발 입국자 제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 등)만 제 때에 했더라면 지금처럼 모든 국민이 전국 곳곳에서 불안에 떨고, 그 결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 또한 이토록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전체 백서발간은 물론이고 향후 대비체계 개선 마련 등의 과정에서 작금의 사태를 확대시킨 책임 소재 또한 명백히 밝혀져야 할 일이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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