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정액 내고 정기적으로 상품·서비스 이용  
내년 세계 구독 서비스 시장 625조 원 전망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빅데이터와 큐레이션 등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며, 한 번에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2000)에서 주장한 것처럼 소유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OTT·패션·자동차 등 다양한 구독 경제 상품 출시

해외에서는 이미 구독 경제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개인의 취향을 타는 서비스까지 구독 경제 속에 편입됐다. 최근에는 금융업계에서도 이를 주목하며 관련 제휴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구독 경제란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비용을 지급하고 원하는 상품을 배송 받거나 일정 기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회원가입을 통해 멤버십을 획득한 뒤 상품을 구독(Subscription) 하면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화두가 된 서비스였지만 최근 들어 관련 서비스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구독 경제는 면도날, 패션 등과 같은 생활영역에서부터 꽃, 커피, 자동차 등까지 확대돼 있다. 구독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달러 셰이브 클럽, 스티치 픽스, 클래스 패스 등 다양한 업종의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배출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제너럴일렉트릭(GE)·어도비·포드 등 세계 각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넷플리스와 우버 등을 따라 발 빠르게 구독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에는 게임업체인 넷마블이 국내 생활가전 렌털 업체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했다. 게임회사의 비(非) 게임 업체 인수는 결코 흔한 사례가 아니다. 당시 넷마블은 “넷마블은 게임산업 강화를 시작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해 왔다”라며 “웅진코웨이는 실물 구독 경제 1위 기업으로, 입찰에 성공하게 된다면 우량 자회사를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진다”라고 입찰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구독 비즈니스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매달 이용료를 지불하고 자동 결제를 기반으로 음원 서비스 이용권을 판매하는 형태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1월 월 정액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월 단위 이용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 기간 내 주행거리 제한 없이 쏘나타,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3개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 관련 카드. (사진=각 카드사)
구독 서비스 관련 카드. (사진=각 카드사)

구독 경제 시장 600조 원대…‘특화 부서’도 신설

금융권에도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은 자사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 자문 서비스를 월 정액 방식의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다. 월 정액을 내면 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온라인상에서 알고리즘 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의 위험 성향과 목표에 따라 자산 관리를 해주고, 자산 설계 전문가의 의견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월 정액을 내고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하는 구독 서비스가 시작됐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는 ‘토스 프라임’이란 유료 서비스를 선보였다. 월 2,900원을 내면 멤버십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다. 

하나카드는 국내 최초 중고 자동차 구독 서비스 업체인 ‘트라이브’와 함께 ‘트라이브 애니 플러스’ 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트라이브를 통해 매월 일정한 정기 요금을 납부하고 중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자동차 구독 경제와 관련된 혜택을 제공한다. 고가 차량을 구매하는 게 부담스러운 2030세대를 겨냥한 서비스다. 이와 관련 하나카드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구독 경제부’를 만들기도 했다.

현대카드도 최근 구독 서비스 혜택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러버’ 카드를 출시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넷플릭스 멜론 지니 중 1개를 선택하면 요금을 최대 1만 원 할인해 준다.

신한카드도 지난달 매달 정기 결제와 자동이체 결제 건에 혜택을 주는 ‘딥원스’를 선보였다. 가전 렌털료를 납부하거나 음원사이트, OTT 등 온라인 구독 상품을 이 카드로 결제하면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앞서 신한카드는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넷플릭스와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KB국민카드는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나 공과금 자동 납부 시 혜택을 제공하는 ‘KB국민 이지픽 티타늄 카드’를 출시했다. 삼성카드는 ‘V4 시리즈'로 넷플릭스를 최대 5% 할인해 준다. 우리카드 ’카드의 정석 APT‘는 넷플릭스·유튜브 프리미엄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투자 기업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전 세계 구독 경제 시장 규모를 5300억 달러(약 625조 원)로 전망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오는 2023년에는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도 구독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독 서비스에 따른 장기 결제로 주거래 고객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라며 “좀처럼 변경하는 일도 드물어 휴면 고객 발생을 방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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