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우리나라의 마스크 생산량은 수요를 따라가고 있을까. 최근 정부의 마스크 긴급 수급 조정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자, 정부여당 인사들로부터 ‘국민도 마스크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복 입고 마스크 구매하는 한 시민. (사진=뉴시스)
방역복 입고 마스크 구매하는 한 시민. (사진=뉴시스)

3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에 따른 마스크 수급 불균형 사태를 사과하면서도 “정부는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도 조금 줄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인구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이 세계 최고”라면서 “우리나라가 하루 평균 1000만장의 마스크를 생산해 한 달에 3억장 정도 만든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반 정도 많지만 한 달에 4억장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에 1000만장을 생산해도 우리 인구 5000만명에 경제활동 인구 2800만명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장 급한 의료진과 호흡기 환자 등에게 먼저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날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수요만큼 충분히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실을 그대로 알리고,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 등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결국 이 같은 목소리는 ‘인구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이 세계 최고’인 만큼 우리나라 마스크 공급 능력이 최대로 가동되고 있고, 그럼에도 국민 모두의 수요를 채울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마스크 사용을 줄이는 등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나라의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은 다른 나라보다 많을까.

먼저 전 세계 마스크 생산량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현재 중국은 1일 마스크 생산량이 1억 개를 상회할 정도로 마스크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지난 3일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 개발 개혁위원회 (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는 중국 전역의 마스크 하루 생산량이 1억 1800만 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국가 개발 개혁위원회가 밝힌 중국 마스크 하루 생산능력은 1억 1천만 개. 이미 생산능력을 초과해 마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약 한달 간 마스크 생산능력과 생산량이 각각 5.2배, 12배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 경제산업성 특설 홈페이지에서 생산량을 유추할 수 있다. 이 페이지에서는 마스크 일본 생산에 대해 “2월 중 매주 1억장 이상 공급이 확보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달로 따지면 약 4억 2천만 장 이상의 마스크 생산이 가능한 셈이다. 김 실장의 ‘일본 생산량은 한 달에 4억장’이라는 발언과 일치한다.

우리나라 마스크 생산량은 마스크 긴급 수급조치 이후 하루 생산 물량 800만장(KF 80이상)에서 1100만장으로 늘어났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마스크 공적판매 수급상황에 따르면, 이날 농협과 우체국 등 공적판매처를 통해 공급된 마스크는 576만여 개다. 정부의 긴급 조치로 마스크 생산업자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판매처로 출고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대 1152만여 장의 마스크가 생산됐다는 얘기다.

(자료=식약처)
(자료=식약처)

절대적인 마스크 생산량으로 따지면 중국>일본>한국 순이지만, 김 실장의 말대로 ‘1인당 마스크 생산량’으로 따지면 완전히 역순이 된다. 약 13.86억 명(2017년 기준)의 인구수를 가진 중국의 하루 마스크 생산량은 1인당 0.085개, 일본은 0.11개다. 반면 우리나라는 0.2개로 가장 높았다.

한편, 이날 식약처는 마스크 공급의 한계를 인정하고 마스크 수급 불안정에 따른 ‘마스크 사용 지침’을 내놨다. 감염의심자와 접촉 등 감염 위험성이 있는 경우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에는 KF99, KF94, KF80 등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고하지만, 감염 우려가 높지 않거나 보건용 마스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기침·재채기 등으로 인한 타인의 침방울이 직접 닿지 않도록 면 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포함)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같은 정부의 방침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미래통합당은 김 실장의 마스크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중국에 마스크 지원해놓고, 이제와 우리 국민에게 마스크 수요 줄이라는 문재인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여당에게 마스크대란은 그저 정부실책을 여실히 드러낸 원치 않는 결과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검증 결과

사실

참고자료

1. 중국 인민망 http://politics.people.com.cn/n1/2020/0303/c1001-31613464.html

2. 일본 경제산업성 https://www.meti.go.jp/covid-19/mask.html

3. 식약처 3월 3일 마스크 공적판매 수급상황 발표

https://www.mfds.go.kr/brd/m_99/view.do?seq=43990&srchFr=&srchTo=&srchWord=&srchTp=&itm_seq_1=0&itm_seq_2=0&multi_itm_seq=0&company_cd=&company_nm=&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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