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교통공사 “벌써 1년 전 일...기사로 쓰기에 시의성 떨어진다”
- 인천시 “강등 징계 약하다고 생각...피해자 면담하며 힘들었다”
- 이미경 소장 “1년이나 지나 2차 피해 사례...기업문화 되돌아봐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그 사건이 1년 전 일이에요. 다 끝난 일이고요. 이제 와서 뭘...기사로 쓰기엔 시의성이 떨어지잖아요?”

직장인 대상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익명의 제보. (사진=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대상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인천교통공사의 성희롱 제보. (사진=블라인드 캡처)

인천교통공사가 익명의 게시판을 통해 제기된 공사 내 성희롱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해서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직장인 대상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지난해 4월 인천교통공사에서 A 차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갑질과 성희롱, 성추행 등을 당한 피해자가 ‘낙인’ 찍힌 채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해당 내용을 올린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가해자 또한 여전히 인천교통공사에 재직 중이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 2019년 인천시 감사관실은 피해자 면담을 통해 갑질과 성희롱, 성추행 등에 대한 사건의 진위를 파악한 뒤 인천교통공사에 가해자 A 차장의 파면 또는 해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천교통공사는 A 차장을 파면하지 않고 경징계에 해당하는 강등 징계를 내렸다. 이에 인천시 감사관실은 인천교통공사 측에 ‘기관 경고’를 내리며 징계위원회 재심의를 할 것을 요청했다. 당시 몇몇 언론이 이러한 인천교통공사와 관련된 일련의 갑질과 성희롱 사건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인천교통공사 “가해자 차장은 과장으로 강등...1년 지나 기사로 쓰기에 시의성 없어”


지난해 6월 11일 인천교통공사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교통공사 제공)
지난해 6월 11일 인천교통공사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인천교통공사 제공)

그로부터 1년여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난 4일 <뉴스포스트> 취재결과 익명의 제보 내용처럼 A 차장은 현재도 인천교통공사에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교통공사가 징계위원회 재심의에서도 첫 심의와 같은 강등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당시 징계위원회 재심의에서도 강등 징계 결론이 나와 A 차장은 과장으로 직급이 한 단계 강등돼 재직 중”이라며 “징계 이후 A 과장은 다른 부서로 전출돼 피해자를 마주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위원회는 변호사와 노무사 등 외부 위원이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인천교통공사에서 A 차장을 봐준 것이 아니다”라며 “징계위원회 위원들이 누군지는 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1년 전일인데, 이제 와서 뭘...기사로 쓰기엔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인천시 “조사 당시 많이 힘들었다”...이미경 소장 “2차 피해주는 기업문화 되돌아봐야”


블라인드에 올라온 익명의 제보자는 게시한 글을 통해 A 차장이 신입 직원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과 갑질, 성추행 등을 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제보에 따르면 남성인 A 차장은 동성의 신입 직원에게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는 타 부서의 여직원을 지목하며 “쟤 좀 x먹고 버려줘”라는 등 수차례에 걸쳐 성희롱 발언을 했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성 직원의 신체를 더듬으며 ‘몸으로 때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A 차장이 직위를 이용한 갑질도 했다고 주장했다. 커피를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하 직원을 ‘장애인 콜택시 팀’으로 보내기 위해 파트장 등에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시 인천교통공사 성희롱·갑질 사건의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인천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본지에 “여러 피해자의 성희롱 관련 발언과 정황을 듣는 면담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며 “인천교통공사의 강등 징계가 약하다고 생각해 가해자에 대한 형사 고발 조치 등을 추가로 할 것을 공사에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해자인 A 과장은 인천시의 요청에 따라 인천교통공사로부터 형사 고발된 상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인천교통공사는 왜 1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에 성희롱 피해자의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는지 기업 문화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인천교통공사 내 징계위원회 외부 위원들이 성인지감수성이 있는 전문가들인지, 또 성비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공사와 특수관계가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 위원 명단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경우 시민인권보호관 제도를 통해 갑질과 성희롱, 성추행, 노동권, 소수자 혐오 등 수많은 문제를 다루는데, 시민인권보호관의 결정문에는 성희롱 여부 결정을 내린 위원 명단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며 “인천교통공사도 서울시의 사례처럼 외부 위원 명단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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