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마스크를 빨아 쓰고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우선 갖고 있던 여유분을 부쳐드렸어요. 인터넷 구매는 할 줄 모르시고 마트서도 구경을 못 했다고 하시네요. 서울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데 부모님 몫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 더 막막합니다”

(사진=뉴스포스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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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5부제 시행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노인들은 여전히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이날은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지 이틀째다. 앞서 정부는 이번 주부터 마스크 중복 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5부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출생연도에 따라 정해진 요일에 1인당 마스크 2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당초 정부는 원칙적으로 마스크 대리 구매를 불허했다. 약국에 직접 갈 수 없는 장애인이 대리인을 통해 구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비장애인은 대리 구매를 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조치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이 마스크 구매 사각지대에 놓일지 모른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정부는 지난 주말 마스크 5부 시행을 목전에 두고 대리 구매를 일부 허용했다.

마스크 대리 구매가 가능한 연령은 ▲ 10세 이하 어린이 ▲ 80세 이상 노인 ▲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다.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이 구매 대상자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 약국에서 구매하면 된다. 장기요양급여 수급자의 경우 장기요양인증서를 지참해야 한다. 구매 대상자의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에 가면 된다.

보완책은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노인이 마스크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우려가 있다. 대리 구매 대상자가 80세 이상이기 때문에 1940년 이후 출생자들은 거동이 불편해도 직접 약국에 가서 마스크를 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약국에 가더라도 마스크를 산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판매 시간도 약국마다 다른 데다 판매 수량도 순식간에 동이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송파구 인근 A 약국과 B 약국은 판매 시간이 각각 오후 2시와 7시로 5시간이나 차이 났다.

대리 구매자를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으로 한정한 것 역시 문제다. 부양 능력이 있는 자녀가 있다고 할지라도 함께 거주하지 않으면 자녀가 대신 마스크를 구매해줄 수 없다. 독거노인의 경우 80세가 넘어도 대리 구매 방법은 사실상 없다. 제주도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으나, 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면 얼마나 오래갈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한 누리꾼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마스크 대리 구매 범위를 동거인에서 직계가족으로 확대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고령에 지병을 앓는 부모님이 마스크 2장 사려고 약국을 돌아다니며 몇 시간씩 줄 서게 놔두고 싶은 자녀는 없다”며 “직계가족이라면 등본과 신분증으로 대리 구매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 “당장 보완책 발표할 단계는 아냐...필요성 검토할 것”

대리 구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당장 보완책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논의한 대리 구매 대책이 바로 어제부터 시행됐다”며 “보완책 시행 이틀 만에 갑자기 정책을 바꾸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완책을) 마련한다 해도 논의가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대리 구매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해당 관계자는 “대리 구매 가능 노인 연령이나 동거인 한정 대리 구매, 독거노인 대책에 대해서 민원 사항을 지속적으로 서치 중”이라면서 “대리 구매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할 시 (상부에) 보고하고, 보완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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