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데·정수기 등 계열사 제품 ‘판매 강제’ 논란
점장 “실적 없으면 본인 집에 설치하라” 부당 지시
SK텔레콤 관계자 “본사 차원의 조치 전혀 아니다”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정수기, 비데, 캡스 등 SK 계열사 제품을 판매하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계열사 제품 판매가 인사고과 지표로 활용돼 개인과 매장 실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심지어 판매 실적이 저조한 직원에게는 불필요한 구매를 강요하는 상사의 부당 지시도 내려오고 있어, 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해당 매장과는 관련 없음. (사진=SK텔레콤)
사진은 해당 매장과는 관련 없음. (사진=SK텔레콤)

# SK텔레콤 직영 대리점 매니저인 A씨는 입사 후 두 달 만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현관 앞에 캡스를 설치했다. 그 달 실적이 부족하기 때문에 캡스 설치로 이를 채우라는 점장의 권유에 의해서다. 이후 점장은 A씨에게 매장 방문 고객들에게 SK매직 상품을 판매하라는 압박과 함께 실적이 없으면 A씨 집에 설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SK텔레콤 대리점에서는 휴대폰 상품뿐만 아니라 SK 계열사인 SK매직과 ADT캡스 등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 계열사 상품들의 판매 여부는 직원 평가 항목으로 활용돼 개인과 근무 매장의 실적으로 이어진다. A씨는 실적이 없는 직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집에 비데나 정수기 등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직원들 사이에는 캡스가 없는 집이 없을 정도고, 심지어 집에 정수기 비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SK매직 상품으로 바꾸라는 상사의 압박을 하기도 한다”라며 “일반 고객들은 SK텔레콤 대리점에서 계열사 제품을 파는지조차 몰라, 상품을 권유해도 판매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장의 압박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로 금지하고 있는 거래강제행위 중 사원판매행위에 해당한다. 고용관계나 인간관계를 이용한 사원판매 강제행위는 구매자의 자유롭고 합리적 선택을 저해함은 물론 기업의 외형이 매출을 좌우하게 만드는 불공정거래행위로 대표적인 거래강제행위에 해당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는 본사 차원에서 시행한 조치가 전혀 아니다”라며 “직영 대리점에는 보안 상품이나 여러 가지 부가 상품들이 있는데, 인사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더 판매하면 인사고과에 가점을 주는 것이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K매직 제품 안내 책자. (사진=A 씨 제공)
대리점 직원들에게 배포된 SK매직 제품 안내 책자. (사진=A 씨 제공)

반면 직원들은 SK 계열사의 상품 판매를 인사고과 필수 항목에 반영해 직원과 매장 평가의 지표로 삼는 구조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인사고과 평가 항목 중 개인과 매장의 가동률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이걸 100%로 만들기 위해서는 텔레콤과 상관없는 비데, 정수기 등 계열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면서 “SK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설이 나왔을 때는 ‘이제는 항공권도 팔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우스갯소리도 나왔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매월 말일마다 이루어지는 매장과 개인 직원 평가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가동률 100%를 달성해야 한다. 가동 품목으로는 ‘5G/유선/ADT캡스/SK매직/카드/안심보상/Thigh5적금/부가서비스’ 등 8개가 있는데, 이 중 6개 이상을 가동해야 가동률 100%가 된다. 

가동률은 직원 등급 평가의 한 항목으로 이를 토대로 직원들의 연봉과 승급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윗선의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본사 차원의 명확한 조치가 없으면 이러한 악습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체 영업망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 비밀 평가단)를 통한 매장 점검과 함께 불편법 보조금 등 수시로 전산을 확인하면서 꾸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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