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국내 1세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올해 스무살 생일을 맞았다. 설립 당시 한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로드숍 시장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던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2016년을 정점으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국내 유통 채널 다변화 등 안팎으로 바람잘 날 없던 에이블씨엔씨는 결국 2018년 적자 상태에 빠지게 됐다.

벨라루스 '미샤' 매장 (사진=에이블씨엔씨 제공)
벨라루스 '미샤' 매장 (사진=에이블씨엔씨 제공)

2017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인수된 이후 에이블씨엔씨는 체질 개선에 몸부림쳤다. 공격적인 인수합병, 비효율 매장 정리, 해외‧온라인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매출도 3년 만에 반등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단 지난해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게 된 에이블씨엔씨의 올해 전망은 밝은 상황. 여기에 조정열 신임 대표가 선임되면서 주력 사업인 화장품에 더욱 힘이 실어질 전망이다. 에이블씨엔씨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적자 탈출 성공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매출 4222억 원, 영업이익 1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하며 3년 만에 올라섰다. 영업이익의 경우 2018년 190억 원의 영업 적자를 1년 만에 흑자 전환시켰다.

지난해 에이블씨엔씨는 실적 개선을 위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를 온라인으로 개편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이에 힘입어 온라인 사업 부문 매출은 2018년 292억 원에서 지난해 384억 원으로 31% 증가했다.

해외 사업 부문 역시 지난해 121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했다. 지역별로는 유럽 26%, 아시아 22%, 기타 지역 114%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에이블씨엔씨 일본 법인(MISSHA JAPAN INC.)은 베스트셀러 제품인 ‘매직쿠션’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384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70% 성장했다.

신제품도 실적 개선에 일조했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미샤 '개똥쑥 에센스'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 수량 50만 개를 넘어섰고, 2월 출시한 ‘데어루즈’는 지난해 85만 개 이상이 판매됐다.

파란만장했던 로드숍 1세대

2000년 에이블커뮤니케이션으로 창립한 에이블씨엔씨(2003년 전환)는 ‘미샤’를 원 브랜드 로드샵 형태로 등장시키며 론칭 2년 만에 2004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고 이듬해 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미샤’가 시작한 로드숍 붐은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잇츠스킨, 네이쳐리퍼블릭, 토니모리 등 저가 화장품 브랜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가성비를 앞세워 국내 젊은 소비자들과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던 로드숍 시장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해 급격히 얼어붙었다. 여기에 올리브영 등 헬스앤뷰티(H&B) 매장, 온라인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이 시기 에이블씨엔씨 매출은 2016년 4346억 원을 기점으로 2017년 3733억 원, 2018년 3455억 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로드숍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 에이블씨엔씨는 불황 타개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2017년 사모펀드 IMM PE에 인수된 이후 해외와 온라인 사업 부문을 확대·강화하는 한편 비효율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멀티숍 ‘눙크(NUNC)’를 론칭하며 수익성 개선과 새로운 성장 돌력 마련에 힘썼다.

또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며 외형 확대에 나섰다. ‘3단 돼지코 팩’으로 유명한 미팩토리, 스틸라·부르조아 등 해외 브랜드 판권을 보유한 화장품 수입 유통 기업 ‘제아H&B’, 더마 코스메틱 화장품 업체 ‘지엠홀딩스’ 등을 인수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내 화장품 최초로 이라크 시장에 진출했으며 터키, 베트남 등에 추가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벨라루스, 키프로스 등 다소 생소한 유럽국가에도 진출해있다.

‘깜짝’ 호실적…올해 유지 가능할까

올 한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호실적을 이어나가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사업 전략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선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현재 40여 개의 멀티샵 ‘눙크’를 연내 150개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주력 브랜드인 ‘미샤’는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히트 상품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해외 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포화상태로 성장이 정체됐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유럽과 남미, 중동 등 신규 국가에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은 오프라인과 시너지를 위한 새 사업 모델을 준비한다.

에이블씨엔씨는 주력 사업인 화장품 부문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조정열 전 한독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조 대표는 유니레버 코리아, 로레알 코리아를 거치며 화장품 시장과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역량을 쌓은 인물이다. 아울러 피자헛 마케팅 전무, K옥션, 쏘카 대표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조 대표가 온·오프라인 사업과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진 만큼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 마케팅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오는 27일 주주총회에서 선임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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